시 질경이 썸네일형 리스트형 [시] 질경이-류시화 질경이 류시화 그것은 갑자기 뿌리를 내렸다. 뽑아낼 새도 없이 슬픔은 질경이와도 같은 것 아무도 몰래 영토를 넓혀 다른 식물의 감정들까지 건드린다 어떤 사람은 질경이가 이기적이라고 말한다 서둘러 뽑아 버릴수록 좋다고 그냥 내버려 두면 머지않아 질경이가 인생의 정원을 망가뜨린다고 그러나 아무도 질경이를 거부할 수는 없으리라 한때 나는 삶에서 슬픔에 의지한 적이 있었다 여름이 가장 힘들고 외로웠던 때 내 곁에는 아무도 없었다 오직 슬픔만이 있었을 뿐 질경이의 이마 위로 여름의 태양이 지나간다 질경이는 내게 단호한 눈짓으로 말한다 자기 자신으로부터, 또 타인으로부터 얼마만큼의 거리를 두라고 얼마나 많은 날을 나는 내 안에서 방황했던가 8월의 해 시계 아래서 나는 나 자신을 껴안고 질경이의 영토를 지나왔다 여름.. 더보기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