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경이
류시화
그것은 갑자기 뿌리를 내렸다. 뽑아낼 새도 없이
슬픔은
질경이와도 같은 것
아무도 몰래 영토를 넓혀
다른 식물의 감정들까지 건드린다
어떤 사람은 질경이가
이기적이라고 말한다
서둘러 뽑아 버릴수록 좋다고
그냥 내버려 두면 머지않아
질경이가
인생의 정원을 망가뜨린다고
그러나 아무도 질경이를 거부할 수는 없으리라
한때 나는 삶에서 슬픔에 의지한 적이 있었다
여름이 가장 힘들고 외로웠던 때
내 곁에는 아무도 없었다 오직
슬픔만이 있었을 뿐
질경이의 이마 위로
여름의 태양이 지나간다
질경이는 내게
단호한 눈짓으로 말한다
자기 자신으로부터, 또 타인으로부터
얼마만큼의 거리를 두라고
얼마나 많은 날을 나는
내 안에서 방황했던가
8월의 해 시계 아래서 나는
나 자신을 껴안고
질경이의 영토를 지나왔다
여름의 그토록 무덥고 긴 날에
'오늘의 이야기 > 오늘의 명언·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명언]삶은 순간들의 연속이다. 한순간 한순간을 사는 것이 성공하는 것이다. 순간을 사랑하라. 그러면 그 순간의 힘이 모든 한계를 넘어 퍼져 성공을 행해 가리라.- 코리타 켄트 (0) | 2012.08.29 |
---|---|
[명언] 사랑으로, 연애로, 그 알싸한 감정으로 청춘을 낭비하라. (0) | 2012.08.28 |
[시]가을일기-이해인 (0) | 2012.08.27 |
[시] 바람 - by. 정연복 (0) | 2012.08.26 |
[명언] 낭비한 시간에 대한 후회는 더 큰 시간 낭비이다. - by. 메이슨 쿨리 (0) | 2012.08.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