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전: 공산주의와 민족주의를 내세운 북베트남이 독립의 쟁취를 위해 프랑스와 치른 제1차 전쟁, 미국의 비호를 받는 남베트남과 치른 제2차 전쟁으로 구분되며 제2차 전쟁부터 라오스와 캄보디아까지 전장이 되어 인도차이나 전쟁이라고도 불린다. 1964년 9월 11일 대한민국은 비전투요원 이동외과병원 130명과 태권도 교관 10명을 파견하였으며 1965년 3월 10일 공병대가 중심이 된 비둘기부대가 파월되었다. 1965년 10월 맹호부대와 해군 청룡부대가 파견되었으며 1966년 백마부대 등 약 30만 명의 병력을 베트남전쟁에 파견하였다. 자세한 내용 : 위키피디아 http://ko.wikipedia.org/wiki/%EB%B2%A0%ED%8A%B8%EB%82%A8_%EC%A0%84%EC%9F%81 |
‘하얀전쟁’이라는 작품은 베트남 전쟁을 무대로 펼쳐지는 전쟁의 참혹함과 한국군의 활동상을 생생하게 그려낸 소설입니다. 작가가 직접 베트남을 참전해 겪은 일을 소설속에 그대로 옮겨놓았는데요. 소설이 가진 허구성에다 작가가 직접 경험한 내용을 가미한 내용이어서 소설과 에세이의 성격을 혼합한 작품이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일반 소설보다는 좀 더 진지하고 실감난 묘사를 기대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베트남 전쟁의 처참한 장면, 주인공의 한국동란시절의 회상과 겹쳐져서 서술되기 때문에 이 소설은 하나의 ‘역사서’와 같습니다. 전쟁에 의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생명과 안식과 사랑 파괴되고 국가의 평화가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줄거리
한기주(주인공)는 월간 시사집에 베트남전 소설을 연재하며 살아가는 40대의 중년이다. 이럭저럭 지내온 세월 속에 그는 이미 중년이 되었고, 가끔씩 그는 원인을 알지 못하는 무력감과 베트남전 참전의 후유증을 앓으면서 살아간다. 어느 날 한기주는 전화를 받는다. 베트남전 전우였던 변진수가 갑자기 나타난 것이다. 변진수는 말단 소총 중대의 졸병으로 전투 중, 공포에 질려 정신을 잃었던 친구였는데 그러던 그와 10년이 지나 지금 만나게 되었다. 그 둘은 서서히 베트남전의 악몽 속으로 되돌아가고 있었다. 한기주와 변진수는 전투를 경험 하면서 느끼는 공포와 전우들의 인간적인 반응들을 떠올리며 그 시절들을 회상한다. 이 소설은 한기주와 변진수의 대화에서는 과거와 현재를 오고가며 베트남전의 생생한 증언을 하며 내용을 이어가고 있다. 변진수는 베트남전의 후유증으로 더 이상 사회에서 적응을 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둘 사이 대화가 끝나자 변진수는 한기주에게 권총하나를 건내는데.. (이상 생략) |
p. 37
한 번 전쟁을 겪은 사람에게는 그 전쟁이 영원히 끝나지 않는다. 성숙이 시작되는 시기에 의식의 밑바닥으로 스며드는 전쟁터에서의 경험, 감각을 마비시키는 그런 경험은 깨어나면 홀가분하게 없어지게 마련인 그런 악몽과는 같지 않다. 인간의 과거란 잇몸에 낀 찐득거리는 더러움이나 마찬가지로 불쾌하고 끈질기다. 과거는 현재를 파먹고 덮어버리는 침전물이다. 그래서 과거에 겪은 전쟁은 현재의 기억에서 지워지지를 않는다. 전쟁 때문에 타의에 의해서 파괴된 영혼은 십년이 지나도 본디 상태로 재생되지 못하는 까닭에서이다.
전쟁으로 인해 인간의 비극적인 삶을 알 수 있는 부분입니다. 참혹한 현장의 모습이 인간의 뇌리속에 박혀 그 기억은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러한 감각기억들 때문에 평상시 활동에도 많은 지장을 초래하게 되는데요. 전쟁은 끝났어도 온 몸은 망가진 상태이니 기 그 기쁨은 누릴수도 없으며 승리의 명분 또한 찾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p. 64
어쩌다 내가 쓰레기 속에서 고기 한 점이라도 찾아내면, 그날은 온 식구가 시큼한 술지게미 대신에 맛좋은 꿀꿀이죽을 끓여먹었다. 그래서 논바닥 한가운데 웅덩이 비탈에다 미군이 버린 쓰레기 더미가 우리 동네 아이들에게는 즐거운 탐험의 세계였다. 종아리까지 푹푹빠지는 커피 찌꺼기를 막대기로 파헤치면 갈색 빤닥종이에 싼 먹다 남은 초콜릿과 젤리, 그리고 때로는 달콤한 귤 따위가 나오기도 했다.
한국전쟁 당시 한국인의 삶을 묘사한 부분입니다. 동네 곳곳에 미군이 버린 쓰레기더미들이 아이들에게는 먹거리가 된다고 하는데요. 그 현장을 직접 경험해보지 못한 세대이지만 이 문장을 통해 전쟁이라는 참혹한 현장이 우리의 삶을 얼마나 망가뜨리고 피폐하게 만드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p. 102
죽음을 저렇게 풀밭에다 전시하다니, 죽음에 있어서는 인간이란 개와 크게 다를 바가 없다. 그리고 이것은 다 전쟁의 죄이다. 비겁한 변명일지 모르겠지만 나로서는 그렇게밖에는 얘기할 도리가 없었다. 그리고 나는 외로운 죽음의 버림받으로부터 이관일 상병을 구원할 능력이 없었다.
전쟁터에서 맞는 인간의 죽음이 얼마나 처참한지 알 수 있는 부분입니다.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현장에서 몇 초 단위로 쓰러져가는 병사들의 모습을 통해 고귀한 인간의 생명이라는 의미가 어떤 것인지 알 수 없게 된 것입니다.
p. 411
그들은 고향에서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갖다 줄 선물도 챙겨야 했다. 전쟁이 아니라 관광을 왔다가 돌아가기라도 하는 듯, 장병들은 애인과 일가친척과 마을 어른들과 친구들의 명단을 꼼꼼하게 만들어 빠짐없이 전쟁기념품을 마련했다.
베트남 전쟁이 끝나고 고국으로 돌아가려는 장병들의 모습을 묘사한 부분입니다. 기약없는 내일을 보내며 하루하루 죽음의 문턱에서 지내야했던 이들은 다시 부모의 품으로 돌아가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전투현장에서 목숨을 잃어버린 동료들의 모습을 생각하면 마냥 즐겁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동료들을 대신해 집으로 돌아간다는 그들의 마음가짐에서 전쟁은 이겼어도 그 승리의 단맛 느낄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전후방에서 나라를 지키고 있는 국군장병이나 대한민국 국민들은 누구나 전쟁하기를 원치 않을 것입니다. 지난 반 세기 동안 6.25전쟁과 베트남전쟁을 통해 전쟁의 참혹한 현장을 목격했기에 더욱 그럴텐데요. 전쟁을 통해 얻게된 것은 가족들과의 헤어진 삶, 비참한 생활상뿐입니다.
이 소설은 그런 의미에서 굉장히 의미가 있었는데요. 베트남 전쟁이 우리 땅에서 벌어진 전쟁이 아니라고해서 외면할 것이 아니라 이 전쟁을 통해 조국과 국방의 안전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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