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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장의 정치적 행위 어떻게 보나

 

<사진출처 : News1>

#1. <신문사설비교분석> 경기장의 정치적 행위 어떻게 보나?

7월 30일자 국내 종합지 <경향신문>과 <동아일보>의 사설을 비교, 분석한 것이다.

<경향신문> 우려스러운 한·일전 축구장의 민족주의

<동아일보> 스포츠를 국수주의로 오염시키지 말아야

 

 지난 주말인 7월 28일 서울 잠실운동장에서는 동아시안컵 3차전 경기가 열렸다. 아시아 축구의 맹주로 자처하는 한국과 일본의 경기였다. 최근 두 나라의 역사와 영토분쟁으로 앙금이 채 가시지 않았는데 그러한 여론이 스포츠 경기장에서도 고스란히 반영되었다. 

<경향신문>의 사설

한·일 두 나라 축구팬들은 축구장을 정치대결의 장처럼 여겼다. 특히 한국 응원단은 불특정 다수를 향해 증오를 표출했다. 응원단을 한민족의 대표자로 자처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축구장은 아베 정권의 과거사 부정에 대해 책임을 묻는 심판장이 아니다. 그걸 표현하고 싶으면 축구장 밖에서 하면 된다. 축구는 축구이고 스포츠는 스포츠이다.  

<동아일보>의 사설

울트라닛폰은 국가대표 축구 경기에서 욱일기를 관행적으로 사용했다고 주장할지 몰라도 한국이나 중국과의 경기에서는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붉은 악마가 플래카드에 인용한 신채호의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은 욱일기가 뿜어내는 전투성에 비하면 부드러운 것이다. 그러나 스포츠에 군기가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역사의식을 고취시키는 플래카드도 축구장에는 맞지 않는다.

 

분석 대상지인 <경향신문>과 <동아일보> 모두 각 국 응원단의 응원방법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경향신문>의 경우 우리나라 선수단이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플랜카드를 펼쳐든 것에 대해서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했다. 반면에 <동아일보>의 경우 일본 선수단의 ‘욱일기’를 든 것에 비하면 부드러운 것이라며 우회적으로 붉은악마의 행태에 면죄부를 줬다. 다만 지나친 국수주의는 지양해야한다고 밝히고 있다. 

결과적으로 두 언론사 모두 스포츠는 스포츠, 정치는 정치라며 신성한 스포츠 경기에 국수주의, 민족주의가 들어선 것에 대해선 경계한다고 말했다. 또한 축구장을 찾는 시민은 한·일관계 개선이나 불만을 표출하는 것이 아니라 스포츠 그 자체만을 즐기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응원단의 민족주의와 국수주의 행태를 바라보는 두 언론사의 프레임은 사뭇 다르게 나타났다. 플랜카드(깃발)를 드는 행위에 대한 비판 강도와 기사 내용 자체의 객관적 보도는 <동아일보>보다 <경향신문>이 높았다.  

우선 국수주의와 민족주의는 어떠한 관점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그 의미는 상당히 다르다. 스포츠경기에서 정치적 행동을 자제한다는 피파(FIFA)의 규정에서도 보듯이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의 플랜카드를 드는 행동은 얼마나 부드럽고 강하냐의 의미가 아니다. 그 의미와 강도를 떠나서 행위 자체가 규정에 위배되는 행동이다. 

<동아일보>는 이러한 행위가 ‘욱일기’를 드는 것보다 ‘부드러운 행동’이라고 했는데 그것은 어디까지나 우리의 관점에서만 해석한 것일 뿐이다. 역사는 어느 국가, 민족이든 소중하게 다루고 자랑스럽게 여기기 마련이다. 일본 또한 나름대로 자랑스러운 역사와 부끄러운 역사가 있다. 하지만 그 기준을 정하는 것은 상당히 애매하고 어려운 문제다. 따라서 이 문제는 역사가에 맡겨야 할 부분이지 일반 시민이 신성한 스포츠 경기장에서 평가할 문제는 아니다. 

베트남전 당시 우리나라의 ‘청룡부대’가 자행한 ‘민간인 학살’문제가 베트남에서 큰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두 나라 축구경기에서 베트남 응원단이 플랜카드로 이 문제를 거론하며 시위한다면 어떻게 될 것인지 상상해본다면 금방 답이 나온다. 따라서 스포츠 경기에서의 정치적 행위는 그 자체가 옳고 그름으로 따질 수 있는 문제이지 어떤 정치적 행위가 부드럽거나 약한 행동이라고 규정할 만한 객관적인 관점은 가질 수 없다.  

두 언론사 모두 스포츠 경기에서의 민족주의와 국수주의를 바라보는 관점은 비판의 강약에 따라 조금은 다르게 나타났다. 하지만 스포츠 경기에서의 정치적 행위를 삼가야한다는 대의 명분은 두 언론사 모두 똑같이 주장하고 있다.  

스포츠를 통한 관계 개선은 논외로 치자. 다만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을 스포츠 경기장에서 까지 거론한다면 그것 또한 상호 관계 개선에 전혀 이득이 될 수 없다. 결국 경기장을 찾는 시민들이 좀 더 성숙한 자세로 스포츠를 관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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