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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이야기/오늘의 명언·시

[시] 햇빛이 말을 걸다 - 권대웅

(이미지출처 : unholy.tistory.com)

햇빛이 말을 걸다
                             권대웅


길을 걷는데 
햇빛이 이마를 툭 건드린다 
봄이야 
그 말을 하나 하려고 
수백 광년을 달려온 빛 하나가 
내 이마를 건드리며 떨어진 것이다 

나무 한 잎 피우려고 
잠든 꽃잎의 눈꺼풀 깨우려고 
지상에 내려오는 햇빛들 
나에게 사명을 다하며 떨어진 햇빛을 보다가 
문득 나는 이 세상의 모든 햇빛이 
이야기를 한다는 것을 알았다 
강물에게 나뭇잎에게 세상의 모든 플랑크톤들에게 
말을 걸며 내려온다는 것을 알았다 

반짝이며 날아가는 물방울들 
초록으로 빨강으로 답하는 풀잎들 꽃들 
눈부심으로 가득 차 서로 통하고 있었다 

봄이야 
라고 말하며 떨어지는 햇빛에 귀를 기울여본다 
그의 소리를 듣고 푸른 귀 하나가 
땅속에서 솟아오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