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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톡피아 시

[시] 이런 날 만나게 해주십시오 -원태연 이런 날 만나게 해 주십시오 원태연 이런 날 우연이 필요합니다 그 애가 많이 힘들어 하는 날 만나게 하시어 그 고통 덜어줄 수 있게 이미 내게는 그런 힘이 없을지라도 날 보고 당황하는 순간만이라도 그 고통 내 것이 되게 해 주십시오 이런 날 우연이 필요합니다 내게 기쁨이 넘치는 날 만나게 하시어 그 기쁨 다는 줄 수 없을지라도 밝게 웃는 표정 보여 줘 잠시라도 내 기쁨 그 애의 것이 되게 해 주십시오 그러고도 혹시 우연이 남는다면 무척이나 그리운 날 둘 중 하나는 걷고 하나는 차에 타게 하시어 스쳐지나가듯 잠시라도 마주치게 해 주십시요. 더보기
[시] 담쟁이 -도종환 담쟁이 도종환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방울 없고 씨앗 한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잎 하나는 담쟁이잎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넘을 수 없는 벽은 없다고 믿습니다...서두르지 않고,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더보기
[시] 바보와멍청이 -원태연 ⓒ구글 바보와 멍청이 원태연 우리가 서로에게 한참 빠져 있을 때 나는 널 멍청이라 불렀고 너는 날 바보라 불렀지 우리 딴에는 애정표현이었는데 이제 생각해 보니까 진짜로 바보와 멍청이었지 싶어 그토록 좋아했으면서 유치한 자존심을 내세우고 지독히도 사랑에 서툴러 서로가 어렵게만 생각했던 바보와 멍청이었지 싶어 더보기
[시] 오월의 정오 -용혜원 오월의 정오 용혜원 너무나 조용한 오월의 정오 창밖의 모든 것은 어제와 같다 바람도 잠잠한데 내 마음만 이렇게 흔들리고 있다 더보기
[시] 갈대 -신경림- 갈대 신경림 언제부턴가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 그는 몰랐다. 더보기
[시] 늦은 밤에 늦은 밤에 신달자 내가 울 때 왜 너는 없을까 배고픈 늦은 밤 울음을 참아내면서 너를 찾지만 이미 너는 내 어두운 표정 밖으로 사라져 버린다 같이 울기 위해서 너를 사랑한 건 아니지만 나는 풀이 죽어 마음으로 너의 웃음을 불러들여 길을 밝히지만 너는 너무 멀리 있구나 같이 울기 위해서 너를 사랑한 건 아니지만. 더보기
[시]너는 한 송이 꽃과 같이 너는 한 송이 꽃과 같이 - 하이네 - 그대 한 송이 꽃처럼 귀엽고 아름답고 깨끗하구나 네 모습 바라보면 우수에 젖는 내 마음 그대 머리 위로 손을 모아 기도하고 싶은 마음 하느님이 언제나 지켜 주시길 깨끗하고 아름답고 귀엽게 더보기
[시] 커피- 윤보영 커피 윤보영 커피를 마시려다 깜짝 놀랐어. 마치 네 생각 할 때처럼 향기가 아주 좋은 거 있지. 이 순간 네가 있었으면 얼마나 좋겠니. 달달한 커피 한 잔 해요. 더보기
[시] 정말 보고 싶었어 -원태연- 정말 보고 싶었어 원태연 정말 보고 싶었어 그래서 다 너로 보였어. 커피잔도 가로수도 하늘도 바람도 횡단보도를 건너가고 있는 사람들도 다 너로보였어. 그래서 순간 순간 마음이 뛰고 가슴이 울리고 그랬어 가슴이 울릴때마다 너를 진짜 만나서 "보고 싶었어" 라고 말하고 싶었어. 더보기
[시] 옹이-류시화- 옹이 류시화 흉터라고 부르지 말라 한때는 이것도 꽃이였으니 비록 빨리 피었다 졌을지라도 상처라 부르지 말라 한때는 눈부시게 꽃물을 밀어올렸으니 비록 눈물로 졌을지라도 죽지 않을 것이면 살지도 않았다 떠나지 않을 것이면 붙잡지도 않았다 침묵할 것이 아니면 말하지도 않았다 부서지지 않을 것이면, 미워하지 않을 것이면 사랑하지도 않았다 옹이라고 부르지 말라 가장 단단한 부분이라고 한때는 이것도 여리디 여렸으니 다만 열정이 지나쳐 단 한번 상처로 다시는 피어나지 못했으니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