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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repreneurship Journalism

누가 그들의 말을 신뢰 할 수 있나?

 

<사진출처: 폴리뉴스. 검찰청으로 들어서는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

누가 그들의 말을 신뢰 할 수 있나?

대중 앞에 말을 할 때 우리는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내세워 설득력을 높인다. 하지만 그 정보가 왜곡되었거나 거짓일 경우 정보를 받아들이는 대중들은 큰 혼란에 빠진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를 언급한 조현오 전 경찰청장이나 이명박 전 대통령이 BBK회사를 설립했다는 의혹을 퍼뜨린 전봉주 민주당 전 의원 등이 여기에 속한다. 사회에서 존중받은 이들이기에 대중들은 그들의 언변을 진실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모든 인간이 완벽할 수는 없는 법. 해당 발언으로 사회는 큰 혼란에 빠졌다. 실수라고 하기에는 너무 큰 범죄를 저질렀고 고의적이라고 하기에는 뭔가 정치적 전략이 있지 않냐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이를 통해 한 가지 배울 수 있다면 대중 앞에 말을 할 땐, 내가 갖고 있는 정보가 정말 신뢰할 수 있는지, 앞뒤 맥락을 철저히 알고 나서 말을 해야한다는 것이다.

최근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과 국정원이 또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지난 18대 대선 당시 김무성 의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7 남북정상회담에서 NLL을 포기했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며 부산에서 대화록을 낭독했다. 박근혜 캠프의 종합상황실장이었던 그의 신분을 고려한다면 말 한마디 한마디가 갖는 무게감은 실로 엄청났다.

'사초 폐기' 수사를 벌이고 있는 검찰은 지난 주 김무성 의원을 소환했다. 그는 '찌라시'에서 정보를 얻었다며 대화록 유출에 대한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대선 국면 당시 당당하고 자신감 넘쳤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자신이 몸담았던 캠프의 후보가 당선되었다는 이유일까. 대화록 사태는 자신과 무관한 듯한 모습으로 검찰청으로 들어갔다. 새누리당은 지난해 10월부터 '노무현 죽이기'에 일을 갈았다. 참여정부 당시 비서실장이었던 문재인 후보에 대한 압박공세였다. 앞뒤 맥락을 다 잘라버리고 특정 문구만 강조해 전직 대통령이 영토를 포기했다는 구시대적인 논변은 국민들에게 그대로 먹혔다. 결국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이제는 사초폐기라는 새로운 양상으로 논란이 되고 있지만 이 문제로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논란에 불을 지핀 서상기, 정문헌, 윤상현 새누리당 의원등은 모두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국정원은 지난 8월 'RO(지하혁명조직) 녹취록‘ 증거로 이석기 의원에게 내란음모죄를 적용해 수사한다고 밝혔다. 이 또한 정치적 상황과 맞물려있다는 의혹에서 비껴갈 수 없다. 내란음모 사태가 불거질 쯤, 시민사회에서는 국정원 대선개입 여파로 국정원에 대한 개혁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터였다. 청와대는 국면을 전환할 수 있는 한 방이 필요했고 결국 ’공안몰이‘를 택했다. 하지만 수사가 3개월 정도 지난 시점에도 내란음모를 밝혀내기 위한 원본 녹취록이 없다는 것이 결정적 하자다. 3년간 내사를 했다고 밝힌 국정원에서 원본이 아닌 짜깁기가 가능한 발췌록을 증거물로 내놓은 것이다. 정부의 공안몰이가 삐걱거리는 순간이었다. 돌이켜보면 이는 남재준 국정원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이 NLL을 포기했다며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발췌록을 공개한 것과 비슷한 양상이다. 이는 국가비밀정보기관이 국내 정치에 나서서 힘을 과시하겠다는 것과 무엇이 다른지 의문이다. 있지도 않은 사실 하나로 진실을 왜곡하고 사회를 분열시키고 있는 기이한 현상에 우리는 국가기관을 비판 할 수도 없다. 왜? 나도 종북으로 낙인찍힐 두려움이 마음 한 구석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력이라는 것이 원래 그런가 보다. 그들은 상황에 따라 하고 싶은 말을 내뱉고 있지도 않은 사실을 지어내 국론을 분열시킨다. 사태가 불거져도 고개를 뻣뻣히 들고 있는 모습을 보면 이는 오래된 관행인 듯 하다. 분명 지탄받아 마땅하지만 여론은 무덤덤하다. 언론보도 또한 문제가 많다. 2007 남북정상회담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이에서 논의되었던 '서해평화협력지대'는 기본적으로 남북간 평화협력을 지향한다. 논란이 되고 있는 NLL관련 사태가 터지면 언론에서는 NLL이 무엇인지, 서해평화협력지대가 무엇인지, 왜 그 당시 논의가 되었는지에 대한 설명을 해주어야 하는데 그런 내용은 보이지 않았다. 단지 안보라는 이름으로 국민들의 입을 막아버리고 정치적 이해관계에만 골몰해 상대를 압박하는 수단으로만 쓰였다.

‘찌라시’를 근거로 전직 대통령이 영토를 포기했다는 주장을 펼친 의원이나, 삭제된 녹취록을 갖고 현직 국회의원이 내란음모를 저질렀다는 정보기관의 말이나 어느 하나 신뢰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이러는 와중에 검찰은 계속해서 수사를 통해 진실을 찾겠다고 발버둥치고 있다. 한편, 국가기관 대선개입과 대화록 유출에 가장 잘 알고 있을 지난 정부의 대통령은 지금 고향에서 국격이 높아졌다며 시민들의 환대를 받고 있다. 누구의 말이 옳은 것인지 알 길이 없어 국민들은 고개만 절레절레 흔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