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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

[시] 청년 - 도종환 청년 도종환 사랑이 그때 우리를 불태우지 않았다면 예기치 않은 산불이 우리를 태우고 갔으리 착한 열정으로 우리가 넘치지 않았다면 이름도 모르는 파도가 우리를 휩쓸고 갔으리 가난했지만 민망할 정도로 가난하여 겨울바람도 우리의 냉기를 비켜갔지만 때 묻지 않은 마음 우릴 가득 채우지 않았다면 어지러운 바람 이 골짜기 끝없이 몰아쳤으리 더보기
[시]수취 불명의 사랑 - 김정한 수취 불명의 사랑 - 김정한 내 것이라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수취 불명의 사랑이 어느날 갑자기 내 의사도 묻지 않고 나를 찾아왔습니다 수취 불명의 사랑은 언제부터인가 내 안에 하나 둘씩 그리움을 심고 내안에 하나 둘씩 기다림을 쌓아두고 갔습니다 그만 난 그 사랑의 덫에 걸려 넘어졌습니다 그리고는 깊은 사랑에 빠져 버렸습니다. 이 사랑이 이 기다림이 이 그리움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알 길 없으나 이제는 수취 불명이 아니라 내가 주인인, 나를 찾아온 사랑을 내 것으로 알고 기꺼이 지키고 아끼며 오래 오래 사랑하겠습니다. 더보기
[시]평행선-김남조 평행선 김남조 우리는 서로 만나본 적도 없지만 헤어져 본 적도 없습니다 무슨 인연으로 태어났기에 어쩔 수 없는 거리를 두고 가야만 합니까 가까와지면 가까와질까 두려워하고 멀어지면 멀어질까 두려워하고 나는 그를 부르며 그는 나를 부르며 스스로를 져버리며 가야만 합니까 우리는 아직 하나가 되어 본 적도 없지만은 둘이 되어 본 적도 없습니다 더보기
[시]조용히 손을 내밀었을 때- 이정하 조용히 손을 내밀었을 때 이정하 내가 외로울 때 누가 나에게 손을 내민 것처럼 나 또한 나의 손을 내밀어 누군가의 손을 잡고 싶다. 그 작은 일에서부터 우리의 가슴이 데워진다는 것을 새삼 느껴보고 싶다. 그대여 이제 그만 마음 아파하렴. 더보기
[시] 혼자 울어도 슬프지 않은 날에 - 유수 혼자 울어도 슬프지 않은 날에 - 유수 내 안에 있었다 가슴과 가슴사이에 울고 있는 네가 있었다 눈물 많던 날들 보낼 수 없던 사랑 얼마나 더 많은 날들을 살아야 내 지난 사연 잊을 수 있을까 눈물 훔치며 떠나는 그대여 안녕이란 말도 못하고 떠나는 그대여 혼자 울어도 슬프지 않은 날에 그대를 잊어줄 것이나 진실로 그대를 잊지 못하는 까닭은 그대의 미소 보다는 그대의 눈물을 사랑했기 때문이다 더보기
[시] 바닷가에서 - 오세영 바닷가에서 오세영 사는길이 높고 가파르거든 바닷가 하얋게 부서지는 파도를 보아라 아래로 아래로 흐르는 물이 하나 되어 가득히 차오르는 수평선, 스스로 자신을 낮추는 자가 얻는 평안이 거기 있다 사는 길이 어둡고 막막하거든 바닷가 아득히 지는 일몰을 보아라 어둠 속에서 어둠 속으로 고이는 빛이 마침내 밝히는 여명, 스스로 자신을 포기하는 자가 얻는 충족이 거기 있다 사는 길이 슬프고 외롭거든 바닷가, 가물가물 멀리 떠 있는 섬을 보아라 홀로 견디는 것은 순결한 것, 멀리 있는 것은 아름다운 것, 스스로 자신을 감내하는 자의 의지가 거기있다 더보기
[시] 여덟가지의 기도 -원태연- 여덟가지의 기도 원태연 그 사람이 바라보게 되는 곳에 아름다움만을 비춰주시고 쓰게 되는 편지에 거짓을 담을 일 없게끔 해주시고 넘치는 행복 다 담을수 있도록 큰 마음을 만들어주시고 살아가면서 생기는 아픈 일들 하룻밤의 꿈처럼 지울 수 있게 해주시고 어려운 사람을 위해 흘리던눈물 앞으로도 계속 흘릴 수 있게 해주시고 사랑하게 되는 이 선한 마음을 가진 사람으로 골라주시고 앞으로도 그 사람을 위해 기도하며 살 수 있도록 나의 기도가 이루어졌음을 내가 평생 모르고 살게 하여 주시옵소서 더보기
[시] 얼마나 좋을까 -원태연 얼마나 좋을까 원태연 너의 작은 두 손에 붉은 장미가 아니더라도 하얀 안개가 아니더라도 내 마음 전해줄 수 있는 꽃 한 송이 안겨줄 수 있다면 너의 맑은 두 눈에 그리움이 아니더라도 보고픔이 아니더라도 내가 알아볼 수 있는 어떤 느낌이 비추어진다면 어느 한 사람이 내 생각으로 마음 고생을 한다면 목메이도록 나를 그리워해 전화벨 소리에도 가슴이 내려앉는다면 많이 미안하겠지만 그러고 산다는 걸 내가 알게 한다면 그리고 그 사람이 바로 너였으면... 더보기
[시] 귀한 인연이길 - 유혜정 귀한 인연이길 - 유혜정 진심어린 마음을 주었다고 해서 작은 정을 주었다고 해서 그의 거짓없는 맘을 받았다고 해서 그의 깊은 정을 받았다고 해서 내 모든 것을 걸어버리는 깊은 사랑의 수렁에 빠지지 않기를 한동안 이유없이 연락이 없다고 해서 내가 그를 아끼는 만큼 내가 그를 그리워하는 만큼 그가 내게 사랑의 관심을 안준다고 해서 쉽게 잊어버리는 쉽게 포기하는 그런 가볍게 여기는 인연이 아니기를 이 세상을 살아가다 힘든 일 있어 위안을 받고 싶은 그 누군가가 당신이기를 그리고 나이기를 이 세상 살아가다 기쁜 일 있어 자랑하고 싶은 그 누군가가 당신이기를 그리고 나이기를 이 세상 다하는 날까지 내게 가장 소중한 친구 내게 가장 미더운 친구 내게 가장 따뜻한 친구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이가 당신이기를 그리.. 더보기
[시] 소금 꽃 - 임보선 소금 꽃 - 임보선 햇빛이 좋았다. 바람도 좋았다. 참고 또 참았던 세월 먼 기다림도 좋았다. 이렇게, 준비 하도록 도와준 하늘이 더 좋았다 그래서 그 하늘을 감동 시켰다. 살아가는 것도 살아지는 것도 가슴 속 밀물이 왔다가, 썰물이 왔다가 끝없는 몸부림 흰 거품 같고 가라앉은 태산 같던 바위 씹으며, 삼키며, 울부짖으며 할퀴고 간 거대한 소금밭에 어느 날 신새벽 아무도 모르게 가만히 와보니 짭쪼롬한 땀으로 소금꽃이 피었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