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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nowledge Archive (Stalker)

안녕? 내 스물다섯 살.

여자 나이 스물다섯.

20대의 한 가운데에 서 있는 지금. 일도 사랑도 시작하기 전에 덜컥 겁부터 나버리는 나이.

스무 살의 풋풋함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다. 그렇다고 안정적인 직장에 다니면서 정착된 생활을 하는 서른 살 즈음의 안정감도 없다. 하루하루가 늘 불안하고 복잡함의 연속이다. 열여덟 살, 스무 살, 스무 세 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았고 그래서 겁 없이 일부터 벌리고 보는 나였는데... 그때는 아마 지금보다 작은 세상을 보고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세상에 대한 두려움이 없었다.

그리고 올해 스물다섯 살이 되면서 부쩍 겁이 많아졌다는 것을 느꼈다. 눈물도 많아졌다. 걱정도 많아졌다.

겁쟁이에 바보 멍충이.

늘 보호를 받던 학생신분이었고, 집에서는 철없음이 마치 내 의무인양 막내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던 나였는데... 어느 순간 내 나이다운 행동을 해야 한다는 부담감과 스스로 길을 선택하고 그 선택에 어떤 식으로든 책임을 져야한다는 책임감이 나를 짓누르기 시작했다. 그래서 내 스스로를 틀에 가둬놓고 채찍질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어느 순간 마음의 문을 닫아버리고 사람을 대하는 나를 발견했을 때 쿵 내려앉았던 마음...내가 먼저 닫아 버려놓고는 상대방 탓만 했던 철없음.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으면서 사람에 대한 실망과 상처가 딱딱하게 굳어져 쌓이고 있었나 보다.

‘언젠가는 너도 거짓말같이 내 곁을 떠날 거니깐...결국 떠날 거잖아...’

생각해보면 주변의 시선들 보다는 오히려 내가 나를 엄격한 잣대에 두고 묶고 있었다.

일각에서는 여자 나이 스물다섯을 두고 크리스마스 케익에 빗대어 얘기하기도 한다. 22일부터는 꾸준히 잘나가다가 23일이 되면 불티나고, 24일이면 없어서 못 팔고, 25일이면 뜸하다가, 26일이면 세일...

이런 농담들을 들을 때 겉으로는 웃고 있지만 사실 웃을 수만은 없는 것이 사실이다. 아무리 바뀌었다고 하지만 그래도 아직 우리 사회에서 여자를 바라보는 시선은 이렇다. 이런 시선들 속에서 나를 계속 가두면 결국 제일 힘든 건 내 자신이다. 어떻게 행동해야 스물다섯의 나이다운 행동인가. 단지 세상이 만들어놓은 표준 ‘그 나이에 맞는 행동’에 맞게 행동하는 것이 맞는 것인가.

그래서 스물다섯의 친구들에게 그리고 나 자신에게 말해주고 싶다. 너무 겁내지 말자고... 주변 시선이 어찌됐든 나답게 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아직 우리는 피어나고 있는 꽃이다. 이제 막 출발점을 지난 지금 불안감과 두려움이 때로는 우리를 아프게 하지만 그렇다고 가만히 서있기만 한다면 정말 아무 것도 이룰 수 없다. 안정감은 받을 수 있지만 도전에 대한 설레임은 느낄 수 없을 것이다. 보이지 않는 미래에 대해 조급함을 갖기 보다는 조금 더 관대하고 여유로운 마음을 가질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주변에서 뭐라고 말하건 신경 쓰지 말고... 무엇보다 스스로를 믿어줬으면 좋겠다. 대한민국의 모든 스물다섯 살. 스물다섯 살의 우리는 여전히 아름답다.

ⓒUtokpia_Michel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