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단상中 "다정함" 다정함 TENDRESSE. 사랑하는 사람은 사랑하는 이의 다정한 몸짓에 기뻐하면서도, 자신에게만 그런 특권이 주어진 것이 아니라는 걸 알고 불안해한다. - 롤랑 바르트, <사랑의 단상>, 동문선, 319쪽
사랑에 빠진 사람은 아름답다. 상대의 미소, 말투, 습관 하나하나 사랑스러워진다. 상대의 모든 것들이 사랑스러워졌을 때, 어떤 위험에 직면한다. 그는 내게 주었던 미소, 말투, 습관들을 나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에게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나는 그에게 특별한 존재가 아닐 수도 있다는 염려에 빠진다. 이것은 귀여운 질투다. 이러한 질투 역시 사랑스러운 것이다. 어느 누구도 내게 이런 질투를 하는 사람은 없다. 결국 너는 내게 어떠한 것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고유한 존재가 되는 것이다.
사랑의 단상中 "별은 빛나건만"
추억 SOUVENIR. 사랑하는 이에 관련된 물건이나 몸짓·장면 등의 행복하고도 가슴 아픈 회상으로, 연인의 담론의 문법에서는 반과거 시제의 개입을 나타나게 하는 것.
- 롤랑 바르트, <사랑의 단상>, 동문선, 308쪽
사랑의 정경은 처음의 황홀했던 순간처럼 뒤늦게야 만들어진다.
특별한 날들보다는 사랑에 빠진 ‘일상’을 추억하는 것이 작은 전율을 남긴다. 일상 속의 연인은 나에게 있어 완전한 ‘습관’이 된다. 중요한 일부터 사사로운 일들까지 빠지지 않고 이야기하고 상대 역시 마찬가지로 나에게 많은 것을 이야기한다.
사랑에 빠진 사람은 서로의 일기장이 된다. 일상 속에서 사랑을 담은 소박한 한 마디가 유난히 그리운 이유는, 습관 같은 일상 위에 그 말이 던져졌기 때문이다. 기념일은 기념일이라는 이름표가 붙은 만큼 그 시간동안 오가던 말들이나 행위들이 기억에 남는다기보다는, 기념일이라는 특별한 의미 자체가 많은 것을 덮게 된다.
반면 일상에서 이루어지는 작은 선물이나 ‘사랑해’라는 한 마디ㅡ심지어 작은 미소까지도ㅡ는 ‘특별한 날이 아니기’ 때문에 순수한 진심이 된다. 이별이 트라우마를 남기는 이유는 상대가 내 삶의 대부분을 지배하는 ‘일상’을 기록하고 있었고, 이 ‘습관’이 통째로 떨어져나가기 때문이다. 나를 따뜻하게 대하던 일상의 순수한 진심들이 이제는 다 거짓말이다. 추억거리였던 과거의 일상이 자신을 쓸쓸하게 만들고, 앞으로 다가올 일상은 상대적으로 너무나 무의미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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