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 오늘 같은 날이면 술이 생각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비도 오는 데 청승맞게 무슨 술이냐는 사람들은 ‘비와 술의 어울림’을 제대로 못 느껴본 사람들이라 생각된다. 물론 혼자 마시는 술은 처량하고 고독해 보인다. 내가 말하고자하는 어울림은 ‘사람’과 함께이다. 나는 밥은 혼자 먹을 수 있어도 술은 혼자 못 먹는다. 아무리 힘들고 우울하여 술이 생각나더라도 도저히 혼자는 안 되겠더라. 혼자 마셔봤자 혼자서만 생각해서 속병만 나고 더 힘든 것밖에 없다는 것을 알기에 그런 것 같다. 술을 싫어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그리 좋아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비오는 날이면 사람들을 만나 술 한 잔하고 싶어진다.
너무도 외로울 때 친구의 “술 한 잔 하자”는 한마디가 눈물 나게 고마웠던 적이 있는가?
아무런 일도 손에 안 잡히고 좋아하는 일들도 하기 싫을 정도로 어두운 생각에 빠져서 허우적대던 시기가 있었다. 친구의 연락 한통에 어두운 표정은 숨기지 못한 채 친구와 만났다. 평소 힘들어도 말하지 않는 성격 탓에 그 날도 내 기분에 대해 말할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술이 한잔 두잔 들어가고 친구의 걱정스런 표정과 분위기, 오르는 취기에 내 마음이 솔직해졌나보다. 어두운 나의 감정들을 꺼내 보이며 술잔을 들이켰다. 눈물을 보이기도 했지만, 자리를 정리하고 나올 때의 마음은 결코 어둡지 않았다. 술은 사람을 솔직하게 만든다.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분위기에 따라 다르겠지만, 확실히 느슨해진다. 나는 술의 그런 점이 좋다. 함께하는 이들의 마음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만들어준다.
그렇기 때문에 비오는 날, 울적해지면 사람이 생각나고 술이 고픈 게 아니라 술이 생각나고 사람이 고픈 게 아닐까 한다.
빗소리가 아스팔트 위를, 우산 위를 마구 두드리는 날. 점심 식사를 함께 하려고 모두 모여 앉았다. 빗소리가 어찌나 구성진지 어느새 막걸리와 소주가 테이블 위에 올라와 있었다. 마음 맞는 이들과 술잔을 나누고 속 깊은 이야기도 나눈다. 웃음이 넘치고 사람냄새가 짙게 퍼지는 듯하다. 술이 넘어가는 소리 사이로 시원한 빗소리가 들려온다. 이런 낭만적인 어울림이 또 어디 있으랴. 이 순간만큼은 어떠한 슬픔도 고민도 술에 녹아 비에 씻겨 내려가는 것만 같다.
내 이야기에 공감하지 못해도 좋다. 사람마다 술에 대한 생각이 다 같다고 생각하지 않으니까.
술을 자주 많이 먹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싫은 자리에서 억지로 먹는 술에 대해 얘기한 것도 아니다. 술을 잘 마시던 못 마시던 상관없다. 나와 공감할 수 있는 나의 사람들과 함께 빗소리에 젖어서 서로를 나누는 그 소중한 시간을 느꼈으면 좋겠다. 흥이 나던 눈물이 나던 ‘함께’라는 건 정말 큰 위로가 된다. 비와 술의 어울림이 그대들이 느끼는 장마철의 우울함을 지워주길 바래본다.
(사진 출처 : http://yelm.egloos.com/3829190 / 음악 출처 : http://avangs.tistory.com/1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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