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술 문화는 청소년이라고 예외가 아니었다.
"어린 나이에 술 마시는 것은 몸에 해롭다"는 어른들 말은 학생들에게 '먼 나라 이야기'가 된 지 오래다.
본지 취재팀은 수능 100일을 하루 앞둔 지난 30일 오후 서울 노원·신촌·강남 일대에서 고교생 100여명을 만나 음주 실태를 물었다.
음주 경험이 있는 고교생 100명이 전한 '대한민국 청소년이 술 마시는 방법'은 실로 다양했다.
◇'뚫리는' 가게·편의점 곳곳에 널려
가장 많은 학생(46명)은 '뚫리는 가게'를 찾아 술을 마신다고 했다. 신분증을 확인하지 않고 마음껏 술 마실 수 있는 곳을 청소년들은 '뚫리는' 곳이라고 불렀다. 마포구의 한 고교 3학년 김모(18)군은 "신촌만 해도 (미성년자에게) 술 파는 가게가 널렸다"며 "여자 친구랑 같이 가서 분위기 내며 칵테일을 마신 적도 있다"고 말했다.
◇학교마다 신분증 위조 전문가 있어
취재팀이 만난 학생 중 5명은 "주민등록증을 위조해 술집에 들어간다"고 답했다. 한 학생은 "주민등록증의 코팅된 겉면을 살짝 벗긴 뒤 칼로 출생 연도 숫자를 긁고 그 부분에 책 뒤의 바코드를 오려 붙이는 식"이라고 위조 방법을 상세히 설명했다. 또 다른 학생은 "어설프게 위조해도 지갑 안 주민증 넣는 투명한 부분에 넣어서 보여주면 꺼내보라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강남 한 고교 3학년 김모(18)군은 "학교마다 주민증 잘 만지는(위조하는) 애들이 1명씩은 꼭 있다"며 "그 친구들한테 5000원이나 1만원 주면 만사 오케이"라고 말했다.
◇음식 배달시킬 때 슬쩍
학생 10명은 술을 배달시켜 마신다고 했다. 이들은 치킨이나 족발 등 배달 음식과 함께 술을 주문하거나 잔심부름을 해주는 심부름센터를 이용한다고 말했다. 노원구에 사는 이모(18)군은 "여럿이 모여서 술을 많이 마실 땐 심부름센터가 최고"라며 "맥주 8병을 시키면 5000원 정도를 내야 하는데, 우리 처지에선 좀 부담스럽지만 돈 많은 애들은 무조건 이 방법을 쓴다"고 말했다. 강남 한 고교의 김모(17)군은 "족발 시킬 때 맥주랑 소주를 같이 주문하면 백퍼센트 누가 먹을 건지 물어보지 않는다"고 했다. 고교 2학년 최모(17)군은 "수입 맥주가 먹고 싶은데 편의점이 뚫리지 않으면 종종 심부름센터를 이용한다"며 "배달 오는 형이 매번 '또 술 마시느냐'고 말하면서 술을 준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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