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Knowledge Archive (Stalker)

[생활] 봄밤의 산책

차갑고 시리던 겨울밤이 엊그제 같았는데

어느 샌가 따뜻하고 평온한 봄밤이 살며시 내려앉았네요.

나뭇가지에는 분홍빛 꽃 방울들도 퐁. 퐁. 퐁.

벌써 목련 잎들은 바람에 부대끼는 것이 힘들었는지 스스로를 땅에 누이고 있어요.

ⓒ Creamy

고등학교 때만 해도 밤에 혼자 걷는 게 너무 좋아서 콧노래 흥얼거리며 가로등 아래를 누볐었는데, 

요즘에는 그런 여유를 잃은 것 같아요. 바쁜 나날 속에서 피곤하고 잠도 모자란 시간들이 대부분이지만, 

가끔은 혼자서 산책을 나서 보는 게 어떨까요?


봄날에 찾아온 싱숭생숭한 마음의 불안정함을 조금이나마 도닥여줄 수 있는 밤의 산책.

꽃나무 향기도 마시고, 따뜻한 봄밤의 공기도 마시며 말이에요.

고요함이 내 주위를 에워싸고 어둠이 깔린 밤길은 낮에 봤던 모습과 다를 거예요.

밤에는 몸과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아 감성적여지기 마련이거든요. 더군다나 혼자 있다면 더욱 더요. 

낮에 봤던 벚꽃나무의 설렘이 다른 평온함으로 다가올 거예요.


또, 많은 상념들이 머릿속을 가득 채울지라도 생각이 흘러넘치는 걸 멈추려하지 않아도 되요. 

그 시간 동안 스스로는 쓸데없는 잡생각이라고 여겨버렸던 생각들이 나중에는 ‘필요했던 거구나’ 싶을 거라 생각해요.

쌓여있던 물건들을 정리하기 위해서 그 물건들을 다 꺼내야 깨끗이 정리할 수 있는 것처럼 

생각도 정리하기 위해서는 다 쏟아내야 되는 때가 있어야하니까요.

낮에는 그렇게도 노곤하여 잠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다가 밤이 되니 잠이 오지 않는다면,

멀리 가지 않아도 되니까 잠깐이라도 봄밤의 서정(抒情)을 느끼고 돌아오면 좋겠어요.

'봄은 길지 않으니까요.


ⓒUtokpia_Cream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