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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이야기/오늘의 역사

1910.08.13 - 백의 천사 나이팅게일 사망

백의천사, 광명의 천사, 전장의 천사의 그녀.

 

크림 전쟁과 나이팅게일의 활약

오늘날 우크라이나의 영토인 흑해 북부의 크림 반도는 기후가 온화한 휴양지로 유명하다. 1854년에 이곳에서는 러시아와 오스만 제국 (및 동맹국)간의 전쟁이 벌어졌다. 표면적인 원인은 종교 갈등이었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러시아의 남하 정책과 이에 대한 다른 유럽 각국의 견제였다. 군인이며 전쟁사가인 버나드 몽고메리는 “크림 전쟁은 ‘이렇게 전쟁을 해서는 안 된다’는 부정적 교훈을 남겼다”고 평가했는데, 왜냐하면 전략과 병참 모두가 지극히 비효율적이어서 사상자의 비율이 월등히 높았던 까닭이었다. 오스만 측을 지원한 영국군의 경우에도 전사자가 5천 명이었던 반면, 전염병으로 인한 병사자가 1만 5천 명으로 무려 세 배에 달했다. 이에 영국에서는 뒤늦게야 부상병 간호를 위한 자원 봉사대가 조직되어 급파되었는데, 플로렌스 나이팅게일도 그 중 한 사람이었다.

당시 영국군의 의료 체계는 최악의 상황이었다. 병사를 소모품 정도로 생각한 군부의 아집과 편견 때문에 후방으로 수송된 부상병을 위한 시설은 형편없었고, 설상가상으로 보급품과 의약품도 물품이 터무니없이 부족했다. 웬만한 자선병원과 빈민가의 참상에도 눈 하나 꿈쩍 않았던 나이팅게일조차도 질렸을 정도였다. “나는 유럽 대도시의 최악의 지역에서 집들이 어떠한지 잘 알고 있었지만, 이곳 막사 병원의 밤 상황과 비교할 수 있는 곳은 가본 적이 없다.” 그녀는 군부에 지원을 요청했지만 묵살당하기 일쑤였고, 병원의 의사들로부터도 협조를 거부당하기 일쑤였다. 하지만 나이팅게일은 자신의 인맥과 자금을 이용하여 야전병원의 조달 업무를 총괄하게 되었고, 시간이 흐르면서 특유의 성실함과 결단력으로 찬사를 얻게 되었다.

나이팅게일의 유산

“만일 어떤 환자가 추워한다거나, 고열에 시달린다거나, 쇠약해 있다거나, 음식을 먹고 괴로워한다거나, 또는 욕창을 가지고 있다면, 그것은 대체로 질병 자체로 인한 것이 아니라 잘못된 간호에 기인하는 것이다. (...) 간호는 투약하거나 습포제를 바르는 것 정도로 그 의미가 제한되어 왔다. 그러나 간호는 환기, 채광, 난방, 청결, 정숙 등의 적절한 활용과 식이의 적절한 선택과 관리 등, 환자의 체력소모를 최소화하면서 이루어지는 모든 것을 의미해야만 한다.”([간호론] 중에서)

나이팅게일은 근대 간호학의 창시자로 평가된다. 특히 철저한 위생 관리, 충분한 영양 공급, 아울러 정서적인 안정을 강조한 것은 당대의 통념에 당당히 도전한 탁월한 통찰로 손꼽힌다. 물론 지금의 시각으로 보면 일부 틀린 주장도 있지만, 이는 지극히 합리적인 인물이었던 나이팅게일이 당대의 ‘상식’에 근거해 행동한 까닭에 생긴 자연스러운 한계로 봐야 한다.


나이팅게일에 대한 평가는 이른바 ‘백의의 천사’에 대한 지나친 이상화가 되기 십상이었다. 즉 그녀를 인류애가 충만한 빅토리아 시대의 헌신적인 여성으로, 또는 여성의 사회적 지위 향상에 기여한 혁명가로 보는 것이다. 영국의 전기 작가이며 블룸스버리 서클의 일원으로 유명한 리튼 스트레이치는 저서인 [빅토리아 시대 명사들]에서 기존의 그런 통념이 오해일 수 있음을 지적했다. 대신 그는 탁월한 행정가이며 조직가로서 나이팅게일의 재능과 좌절에 주목하자고 제안했다. 문화사가 자크 바전도 비슷한 평가를 내린다. “나이팅게일의 천재성은 간호 분야에서만 발휘된 것이 아니었다. 기나긴 한평생을 살아가면서 그녀는 죽기 직전까지도 행정가로서 발군의 능력을 과시했다. 행정가로서 인정을 받으려면 정치적 감각도 남달라야 했는데, 나이팅게일에게는 바로 그런 능력이 있었다.”

영국 워털루 플레이스에 있는 나이팅게일 동상. ‘등불을 든 여인’이라는 별명에 걸맞게 한손에 등잔을 들고 있다.

 
"나는 일생을 의롭게 살며 전문 간호직에 최선을 다할 것을, 하느님과 여러분 앞에 선서합니다.” 의사에게 ‘히포크라테스 선서’가 있다면 간호사에게는 ‘나이팅게일 선서’가 있다(물론 나이팅게일이 직접 지은 것은 아니고, 1893년에 미국 디트로이트의 한 간호학교에서 처음 제정한 것이다). 나이팅게일의 생일인 5월 12일은 매년 ‘세계 간호사의 날’로 기념된다. 나이팅게일은 1975년부터 1994년까지 영국의 10파운드 지폐 뒷면에 등장하기도 했다. “그녀의 영웅적이고 거룩한 헌신의 전통은 역사의 기록 속에 길이 보존될 것이다.” 크림 전쟁에서 나이팅게일의 활약상을 전해들은 앙리 뒤낭이 한 말이다.

2012 런던올림픽 개막식 나이팅게일 퍼포먼스

2012 런던올림픽 개막식 나이팅게일 퍼포먼스

자료출처 : 네이버 캐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