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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이야기/오늘의 이슈

[사회]"채용공고, 이거 낚시에요" 예비교사들의 분노

"이 학교, 내정자 있나요? 원서비만 날릴 거 같아서요."
"내정자 있단 소문 있어요. 지원해봤자 들러리... 다 낚시에요."
"그럼 공고를 내질 말든가. 이따위 희망고문 그만 좀 하라고!"

 

사립학교의 정교사 채용 공고와 관련해 예비교사들은 이런 말들을 주고받곤 한다.

내정자, 들러리, 낚시, 그리고 희망고문. 교사 채용과 관련된 이 단어들은 대체 무엇을 의미할까.

 

'내정자'란 정교사로 이미 내정된 이를 말한다.

사립학교의 경우 학교법인 친인척·지인 등 인맥을 통한 낙하산 내정자도 있지만 해당 학교에서 현재 기간제교사로 근무하는 이가 내정자인 경우도 많다.
내정자의 존재를 모른 채 공고문을 보고 지원하는 응시자들은 '들러리'가 돼 원서비만 날리게 된다.
들러리인 줄도 모르고 자기소개서와 제반 서류들을 제출하고 필기시험·시강·면접 등의 절차를 거치며

오매불망 합격만 고대하는 것을 '낚였다'라고 표현한다.
그리고 이런 일련의 과정에서 겪는 고통을 '희망고문'이라고 한다.

 

 

 

중등 임용고사 선발 인원이 적은 이유와 관련해 또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짚고 넘어가야 한다.
그것은 우리나라의 중등 사립학교 비중이 세계에 유례가 없을 정도로 높다는 점이다.
중학교의 13.75%, 고등학교의 41.5%가 사학이며, 중학교의 사립 재학 학생 비율이 20.6%로

OECD 평균 14.1%보다 높고 고등학교 비율은 51.8%로 OECD 평균 20.1%의 2.5배에 이른다.
그래서 중등 정교사가 되려는 이들은 임용고사를 준비하며 혹은 아예 임용고사를 포기한 채 사립학교로 눈을 돌리게 된다.
이때 상당수 사립학교들이 정교사 채용 과정에서 '내정자'를 정해 놓고 '들러리'를 세우기 때문에 예비교사들이 '희망고문'을 겪게 되는 것이다.

 

 

사실 지금까지 살펴본 희망고문 사례들은 모두 '불법'이다.

공고문에 의해서든 구두에 의해서든 '1년 뒤 정교사 발령 가능한 기간제교사 채용' 자체를 해서는 안 된다.
물론 투명하고, 공정하게 교사를 채용하는 사립학교들도 존재한다.

하지만 일부 사립학교들은 공고문을 통해 대놓고, 또는 구두로 '정교사 발령'을 언급하며 기간제교사들을 희망고문하고 있다.
대부분의 기간제교사들은 그런 희망고문이 불법이라는 것조차 제대로 알지 못한다.

설령 안다고 해도 상대적 약자로 분류되는 이들은 학교 측에 항의할 수가 없다.
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저 실낱같은 '정교사 발령 희망'에 매달려 학교법인과 관리자의 마음에 들기 위해 '목숨을 걸고' 일하는 것뿐이다. 그

것이 희망고문임을 알면서도 말이다.

 

<기사 원문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770923&PAGE_CD=N0001&CMPT_CD=M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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