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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 Literacy (Amoeba)

[사회, 문화] 스파이더맨의 거미줄에 걸린 83.7%

지난 29일 스파이더맨의 네 번째 시리즈인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을 보고 왔습니다. 

전편 시리즈들과는 주인공들도 더 잘생기고 예뻐졌고 

소심했던 피터 파커가 반항적이고 뛰어난 지적 능력을 자랑하는가 하면 

메리 제인이 그웬 스테이시로 바뀌면서 ‘위기에 빠지기만 했던 여자 주인공’이 

사건의 실마리를 해결 하려는 적극적 의지를 가진 아름다운데다가 지적이기까지 한 또 순종적인 여주인공이 되어 ‘새로운’이야기를 만들어 내려고 했습니다.

 더 현란하게 쏴 대는 거미줄과 지덕체를 겸비하게 된 똑똑한 스파이더맨의 활약상도 재미를 더했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인 감상평은 큰 점수를 주기 힘듭니다.

 ‘어메이징’하다기 보다는 ‘어나더(Another)'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 듯 했습니다.

 3D라는 무기도 몇 번의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 한 화려한 영상을 보여주려던 인서트컷을 제외하고는 

자막만 눈앞으로 다가오는 어설픈 3D도 한몫했습니다. 

아니면 제가 촌놈에 막눈이라 3D를 제대로 못 봤을 수도 있구요.


가장 결정적인것은 영화를 보기 전에 별 기대 하지 않았던 것이 아닐까 합니다.

 원래 보려했던 영화가 스파이더맨의 개봉에 맞춰 상영관에서 자취를 감추는 바람에 

‘돈 주고 보기 아까울 것 같다, 좀 더 있다가 감상평을 보고 결정하자.’고 여자친구를 꼬셔두었는데 

때마침 친구에게서 빼앗듯 선물 받은 초대권을 득템해서 ‘공짜 영화’라는 생각이 들어 보게 된 것도 이유겠죠.

 그래서인지 섣불리 ‘재밌더라, 꼭 봐라.’가 아니라 ‘재밌긴 한데, 나중에 DVD나 TV에서 해줄 때 봐도 될 거 같아.’라고 말해주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주말이 지나면서부터입니다. 

주말 예매 점유율이 83.7%에 이른다(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라)는 점이었습니다.

 제 하찮은 기억으로 돌이켜 보면 96%에 달했던 트랜스포머의 예매 점유율 이후 최고수치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트랜스포머 개봉 당시에도 든 생각이지만 단지 ‘비싼 킬링타임용 영화’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면서 

3D 장면 몇 컷 들어가고 6천원을 더 받는다는 데 너무 터무니없게 느껴집니다.



14,000원짜리 이 영화가 대구광역시 근처 52개 극장 250여개 상영관에서 하루 6번에서 최고 7번까지 상영되고 있는데 

용산 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독립영화인 ‘두개의 문’이 대구에서 단 1개 극장 1개의 상영관에서 하루에 한번 상영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 우리의 아픔을 다룬 영화와

 할리우드에서 만든 미국 어느 도시를 곡예하듯 날아다니는 거미인간을 다룬 영화.

 이정도 차이는 차이가 아니라 차별에 가까우리라 생각드는것은 저뿐일까요. 

주말을 맞아 이왕이면 ‘재밌는 것’을 하고 싶은 83.7%의 대중들이 문제라고 한다면 저는 좀 다르게 말하고 싶습니다.

‘문화 사업’을 하고 있는 멀티플렉스. 

두 개 이상의 스크린(복수 스크린)과 하나의 매표소를 가지면서 영화 전용 대형 건물일 수도 있고 

상권, 오락, 주차장 등을 한 건물에 갖춘 복합건물을 말하고 

오늘날 그 규모가 갈수록 대형화 되고 있습니다. 


  

가 기억 하는 얼마 되지 않는 과거에 

대구 시내 동성로에 있던 지역에 기반을 하고 있던 중앙시네마와 아카데미 시네마, 한일 극장이 

자본을 앞세워 밀고 들어오는 대기업 극장들과의 경쟁에서 밀려 문을 닫아야 했습니다. 

본래 여러 영화를 한 장소에서 동시에 상영하면서 관객의 영화 선택을 용이하게 하고 

종합 문화 소비 시설로 고객 편의를 제공한다는 긍정적인 측면을 가지고 도입되었지만 

지금의 대형화 된 멀티플렉스들은 

그들의 ‘만행’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멀티플렉스가 제공하는 관객들이 선택할 수 있는 영화 선정 기준이 ‘돈이 되는 영화’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잘 팔릴 것 같은 영화’나 ‘잘 팔리도록 잘 보이는데 많이 걸어달라.’고 돈다발을 들고 오는 영화를 내 놓고 

정시에 시작한다던 영화는 그 시간에 ‘다음에 잘 팔릴것 같은 영화’의 예고편과 각종 제품광고들로 10분, 15분 더 팝콘을 씹어 먹게 하기 일쑤입니다.

 

결국 관객들은 광고를 봐주고 더 많은 시간대에 

그 시점에 가장 인기 있도록 만들어진 영화를 볼 수 있도록 시간과 공간을 제공받는 대신 

선택의 자유’를 반납하는 꼴이 되어 버렸습니다.


제가 기대하는 멀티플렉스의 최소한의 역할은 

독립영화 상영관 확대나 할리우드 영화에 대한 스크린 쿼터도 아닌 

‘걸어두고 모으는 영화’가 아니라 ‘관객들이 찾는 영화’입니다. 


먼저 선행 되어야 할 전제는 ‘흥행 할 작품’이 아니라 

관객들의 선택에 따라 ‘흥행 한 작품’이 되어야 하는 것이 더 맞는 그림이 아닐까요?


돌아오는 주말에는 스파이더맨 말고 다른걸 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