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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이야기/오늘의 이슈

[사회] “거가대교 협약 바꾸면 6조 절감”

최소운영수입보장(MRG) 방식의 민자도로·철도를 운영하고 있는 지자체들이 너도나도 '운영방식 재구조화'에 나서고 있다. 지나치게 높은 MRG 때문에 재정파탄 상황까지 내몰린 지자체들이 생존을 위해 꺼내든 카드다. 민자사업 운영방식 재구조화란 기존 민자도로·철도를 운영수입보장 방식에서 비용보전 방식으로 바꾸는 것을 말한다. 이 과정에서 MRG와 운영비, 법인세 등을 낮춰 지자체 재정부담을 줄일 수 있다.

이미 대구시가 민자도로인 대구동부순환도로의 재구조화에 성공, 민간사업자에게 지급해야 할 재정지원금을 2010억원이나 절감한 것이 알려지면서 지자체들의 움직임은 더욱 빨라지고 있다. 거가대교를 운영하고 있는 부산·경남은 재구조화를 통해 현재가치 기준으로 2조원,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경상가격기중으로 6조원에 가까운 예산을 아낄 수 있다며 기대에 부풀어 있다.

 

◆MRG에 허리 휘는 지자체들 = 우면산터널, 서울지하철9호선, 거가대교, 김해경전철, 용인경전철, 마창대교… 모두 최소운영수입보장(MRG) 때문에 많게는 한 해 수백억원까지 지자체 예산을 축내는 민간투자사업들이다. 수입보장 기간도 평균 30년 안팎이어서 지자체마다 수조원 이상의 재정투입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직원 인건비조차 제때 마련하지 못하는 지자체로서는 감당하기 힘들다.

실제 개통 2년차인 거가대교(부산~거제)의 경우 부산시와 경남도가 민간사업자의 최소운영수입보전을 위해 지난해부터 발생한 MRG 480억원을 내년 2월 지급해야 한다, 이 금액은 시간이 지날수록 커져 2028년에는 1681억원, 2050년에는 3526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보장기간 40년 동안 순수 MRG가 1조9402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뿐이면 다행이다. 대부분 민자사업은 통행요금도 해마다 물가상승률만큼 인상해주도록 돼 있다. 이는 복리 증가 효과가 있어 시간이 지날수록 지자체 부담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공공요금 성격의 통행료를 해마다 인상할 수 없기 때문에 이 역시 지자체들이 부담해야 한다. 거가대교의 경우 부산·경남이 부담해야 할 비용은 40년간 4조5841억원이다. 결국 거가대교로 인해 부산·경남이 민간사업자에게 줘야 할 돈은 모두 6조5243억원이나 된다. 총사업비 2조2345억원의 3배 가까운 액수다.

광주광역시의 제2순환도로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민자도로인 1·3구간에서 막대한 재정지원금을 물고 있다. 1구간의 경우 MRG 비율이 85%로, 광주시 재정부담이 2001년 62억원에서 10년 뒤인 2011년 194억원까지 증가했다. 10년간 지급한 지원금이 1000억원을 넘는다. 3구간 역시 2004년 5억원이던 재정지원금이 지난해 56억원으로 늘었다.

지난 한 해만을 기준으로 봐도 서울도시철도9호선이 293억원, 경남 마창대교 129억원, 대전천변도시고속화도로 121억원 인천의 3개 터널(문학·원적산·만월산) 178억원, 서울우면산터널 50억원 등 막대한 시민혈세를 민간사업자에게 줬다.

더 큰 문제는 지금까지 지불한 금액보다 앞으로 지불해야 할 금액이 더 크다는 것이다.

 

이 돈을 다 주고는 어느 지자체도 정상적인 운영을 할 수 없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MRG 방식의 민자사업은 지자체에게는 대재앙에 가깝다"며 "이를 해결하지 않고는 할 수 있는 사업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광주광역시와 용인시 등에서 지자체와 민간사업자 간 법정다툼도 자주 일어나고 있다.

 


<부산과 거제를 잇는 길이 8.2㎞의 거가대교. 2004년 착공해 2010년 12월 14일 개통했다. 사업비 1조4469억원 가운데 9966억원을 민간자본을 유치해 지자체 재정부담이 커졌다.>

 

 


◆거가대교·용인경전철도 곧 재구조화 = 대구시는 이미 민자도로인 대구동부순환도로(범안로)의 운영방식 재구조화에 성공했다. 덕분에 민간사업자에게 지급해야 할 재정지원금 2010억원을 절감할 수 있게 됐다. 대구시가 선택한 방법은 수입보전 방식의 사업을 비용보장 방식으로 바꾸는 것. 우선 기존 불변수익률 9.28%(경상수익률 환산시 약 12%)이던 사업수익률을 6%대(협약변경시점 7월 1일 기준 5.6%)로 낮춤으로써 사업기간동안 777억원늘 절감할 수 있게 됐다. 법인세도 750억원이나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2010년부터 지급을 보류했던 재정지원금도 협상을 통해 삭감했다.

이 과정에서 민자도로 투자자가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회사에서 흥국자산운용의 펀드로 바뀌었다. 맥쿼리가 기존 협약에 의해 4000억원 이상의 수익이 보장된 사업을 쉽게 포기하려 하지 않았다. 하지만 대구시가 재정지원금 지급을 중단한 채 완강하게 버틴 데다 새 운영사가 2026년까지 보장된 수익을 일시에 얻을 수 있도록 해줬기 때문에 사업권을 넘겨줬다.

 

새 투자자인 흥자산운용 펀드도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었다. 경기침체 등으로 투자금융사의 수익여건이 바뀐 만큼 바뀐 실시협약도 충분히 매력 있는 투자처라는 얘기다. 흥국증권 관계자는 "지자체의 부담이 줄기 때문에 사업 안정성이 높아졌다"며 "이 수준에서도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대구 사례는 빠르게 확산됐다. 당장 경기도 용인시(용인경전철)와 부산·경남(거가대교), 경남 김해시(김해경전철) 등이 재구조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거가대교의 경우 대구 방식을 적용할 경우 최대 6조원의 재정지원금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이 해당 지자체의 계산이다.

 
원문 : http://wdst5507.blog.me/401627638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