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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nowledge Archive (Stalker)

평범하게 산다는 것의 가치

 

 

8월, 벌써 여름의 끝자락에 서있다.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무더위도 한걸음 물러서고 가을장마에 태풍까지 요란스러운 가을맞이가 시작되었다.

대학교도 방학이 일주일도 채 남지 않았고, 어떤 이는 졸업을 하고 새로운 시작을 앞두고 있을 것이며, 직장인들의 달콤했던 휴가도 끝났다.

모두 그렇게 제자리로 다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

 

늘 무언가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시작을 한다는 것은 설렘과 두려움의 교차라고 생각한다.

지난날을 돌아보면 후회만 남고, 계획했던 일은 뭐하나 제대로 이룬 것이 없는 것 같은 허무함이 밀려오기도 한다.

 

몇 년 전 그러니까 앞날에 대한 고민으로 잠 못 이루던 대학교 3학년 때로 기억된다. 친구와 밤새 이런저런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

너는 어떤 삶을 살고 싶으냐고 친구가 물었다. 나는 대답했다.

평범한 삶을 살고 싶다고...

좋은 사람 만나서 자식들 낳고 오순도순 사는 것. 행복한 가정을 이루는 것이 꿈이라는 내 대답에 의외인 듯 웃은 친구.

언론고시 준비를 하고 있었던 학생에게서 나온 대답치고는 황당한 것이 분명했다.

아직도 친구를 만나면 이때를 떠올리며 웃곤 한다. 기자, 작가, PD... 이것은 내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 하나의 목표이지만 꿈은 아니었다.

목표는 여러 개가 있을 수 있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데 있어서 희망하는 꿈은 하나라고 생각한다.

 

여기에서 말하는 평범한 삶이란 많은 것이 담겨있었다. 분명 대단한 부와 성공을 누리는 삶은 아니었던 것 같다.

어느 순간 평범한 삶을 산다는 것이 가장 쉬워 보이는 것 같지만 사실 가장 어렵다는 것을 알았다.

어렸을 때 부모님께 “내가 커서 뭐했으면 좋겠어?”라고 물어보면 언제나 돌아오는 대답은 하나였다.

 “그냥 네가 하고 싶은 것 하면서 욕심내지 말고 평범하게 사는 거지” 그때는 이 대답이 싫었다.

주변 친구들을 보면 대부분 부모님이 넌 선생님해라 공무원해라 아우성이라고 했는데 우리 집은 늘 “네가 하고 싶은 거”였고,

 다른 집은 자식들 공부 때문에 과외며 학원이며 다 보내는데 우리 집은 학원은커녕 중간정도의 성적표를 내밀어도 “잘했네. 수고했어.”가 다였다.

 어렸을 때는 뭐든지 중간만큼만, 평범하게...이런 부모님의 태도가 참 싫었다. 근데 지금은 조금 알 것 같다.

 

누구나 행복하기를 원하지만 지금의 내가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만족하지 못하는 삶.

그렇다면 우리 삶의 만족과 행복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나는 결코 부와 명예, 성공에서 온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이를 가진 사람들이 행복하지 않다는 말은 아니다. 

 

요즘 사람들은 평범한 것에 대한 거부감이 있다. 누구보다 내가 뛰어나야 되고 돋보여야 되고 그러기 위해서 몸에 칼을 대는 일도 스스럼없이 한다.

 돈을 많이 벌기 위해 부당한 짓도 아무렇지 않게 하고야 마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다 보니 뉴스에는 온통 범죄와 살인에 관한 뉴스들이 지배하고 있다.

내 자신이 행복한 것 보다 누군가에게 행복해보이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

 

나는 평범한 삶이 결코 가치 없는 삶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가장 어려운 것이 이 ‘평범함’이다.

편하게 쉴 수 있는 집이 있다는 것, 내 편이 되어주는 가족이 있다는 것, 그리고 친구가 있다는 것, 하루 세 끼 밥을 먹을 수 있다는 것...

우리에게는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것들도 못하는 이들이 많다.

나도 한 때는 성공한 삶이 전부라고 생각했다.

모두가 부러워하는 직장에 취업해서 돈을 많이 벌고 보란 듯이 잘 사는 것이 행복한 삶이라고 생각했었다.

점점 크게는 사회, 작게는 내 주변 환경을 둘러보면서 평범한 삶이 가장 어려운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우리가 지금 이렇게 공부하는 것도, 자기 나름의 무언가를 하고 있는 것도 결국에는 행복하기 위해서다.

그렇다면, 우리가 평소에 행복하다고 느끼는 순간은 언제인가.

생각해보면 평범한 삶 속에 있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내 방안에 누웠을 때, 배고플 때 밥을 먹으면서, 친구들을 만날 때 우리는 말한다. ‘아 행복해.’

그리고 길을 가다 귀여운 아기를 안고 지나가는 젊은 부부를 만나면 생각한다. ‘참 행복해 보인다.’

 

이렇게 지극히 평범한 삶 속에 행복이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 손에 잡히지 않는 것에 너무 매달리지 말고 지금 이 순간 나의 평범함에 감사해보자.

가장 특별한 것은 ‘평범함’이다.

 

ⓒUtokpia_Michelle

utokpiamichell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