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들 인생을 망칠 X.”
올해 열여덟살 미선(가명)이가 출산 후 동갑내기 남자친구의 엄마한테 처음 들은 말이었다.
미선이 엄마도 이에 질세라 대들었지만 “애는 낳은 사람이 알아서 해라. 우린 모른다”며 아기에 대한 모든 책임을 미선이에게로 돌렸다.
그날, 미선이는 아기 아빠와 헤어졌다.
인터뷰를 시작하자마자 미선이는 “10대 미혼모가 아기 기르는 것 보다 힘든 게 뭔줄 아세요”라고 반문한 뒤 직접 결론도 내렸다.
“차가운 시선들. 구경거리 난 것처럼 꼬치꼬치 묻고, 불쌍해하고….”
10대 미혼모가 사회와 학교, 또래집단의 냉대로 두번 울고 있다.
하지만 이들을 가르쳐야 할 학교는 방관하고 있고,
자치단체는 예산부족을 탓하며 관련 복지시설에 대한 법정 운영비도 제대로 지원하지 않고 있다.
또래의 차가운 시선은 미혼모를 나락으로 떨어뜨리게 한다.
‘너, 어떡하다가 애가 생겼어?’ ‘애기 나올 때 얼마나 아픈데?’ ‘죽고싶었겠다.’ 미혼모가 또래에게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다.
미혼모자시설인 사랑뜰의 황운용 원장은 “양육 미혼모는 출산 뒤 학교에 다니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생각을 스스로 강하게 갖는다”면서
“미혼모를 냉대하는 사회적 인식이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렇지만 학교 역시 학생 미혼모를 따뜻하게 거두지 않는다.
학교는 명예를 해친다거나 동료에게 악영향을 준다며 자퇴나 전학을 강요하기 일쑤다.
학교를 자퇴하고 혼자 남겨진 미혼모는 ‘현실의 벽’에 부딪힌다.
이들을 수용할 시설이 턱없이 부족한 데다 지원금도 쥐꼬리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아이를 키우는 미혼모를 지원하는 시설은 전국에 24곳이며, 대구·경북에는 딱 한 곳밖에 없다.
미혼모를 위한 정부 지원사업도 속 빈 강정이다.
여성가족부는 2010년부터 만 24세 이하의 미혼모에 대해 청소년 한부모 자립지원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주요내용은 △월 15만원 양육비 지급 △검정고시 학습시 수강비 및 교재구입비 지원(1인당 154만원 한도) △월 10만원 자립촉진수당 등이다.
부모 도움없이 홀로 가정을 꾸리는 미혼모가 독립가구로 생활하기에는 턱없이 적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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