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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이야기/오늘의 이슈

[사회] 4대강 사업으로 홍수 없다더니... "쑥대밭됐다"

언론은 부산스러운 보도와 달리 그리 위력적이지 못했던 태풍 산바가 물러갔다. 하지만 한반도 곳곳에서 피해가 속출했다. 왜일까?

산바가 물러간 후 돌아본 낙동강과 그 주변은 온통 물폭탄의 생채기로 가득했다. "4대강 사업으로 홍수 걱정 사라집니다. 상상이 아닙니다"라던 이명박 정부의 주장과는 정반대의 결과다. 낙동강 본류는 물론, 지천에서도 피해가 컸다.

우선 낙동강 본류 쪽 경북 현풍 구지방면에서 제방 붕괴가 우려될 만큼 위험한 상황이 벌어졌다. 고령군에서 긴급히 모래를 공수해 제방을 보강하지 않았다면 재앙이 발생할 뻔했다. 18일 오후 2시, 문제의 제방 아래에서 '파이핑 현상(하천 수위가 상승해 지반에 침투수가 용출되는 현상)'에 의해 강물이 새어나오는 게 목격됐다.

만약 태풍 산바가 예상대로 좀 더 강한 태풍이었다면, 낙동강 제방이 터져 고령군 구지면 일대는 대재앙을 면치 못했을 것이다.

또한 정부가 수천억 원을 들여 조성한 둔치의 이른바 생태공원(실상은 망초공원이지만)도 강물에 완전히 잠겼다. 허술하게 식재된 상당수의 나무들은 예상대로 유실되거나 쓰러졌다. 현장에 남은 나무도 거의 대부분 고사할 것으로 보여 전형적인 전시행정에 따른 예산낭비 사례가 하나 더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 강물이 빠지고 난 후엔 낙동강 초대형보로 인한 세굴현상과 부등침하, 지천의 역행침식 현상도 작년보다 더 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침수된 생태공원

 

피해는 낙동강 본류에서만 발생하지 않았다. 고령군, 성주군, 김천 등 낙동강 지천 제방이 터지거나 강물이 역류해 이들 지역에서 물폭탄이 터졌다. 특히 18일 둘러본 고령 지역은 그야말로 쑥대밭이 됐다.

낙동강의 큰 지천인 회천이 가로질러 흐르는 고령군에서는 제방 두 곳이 터졌다. 이 탓에 주변 딸기밭 30헥타르가 침수됐다. 민가와 개진논공공단 또한 물난리를 겪었다.

18일 오후 공단에서 만난 신화산업의 한 노동자는 "17일 오후 3시께부터 물이 들기 시작하더니, 이내 무릎까지 물이 찼다. 이런 일은 처음이다"며 하늘을 원망했다.

또한 회천과 연결된 또다른 지천인 신안천, 그리고 사촌리의 소하천 제방이 터져 그 일대 무밭과 오이 재배 비닐하우스가 침수됐다. 특히 30헥타르의 밭이 침수된 딸기 농민들의 시름이 깊다.

 

고령 고아리에서 만난 석성만 전 전국농민회 경북도연맹 의장은 딸기 모종값으로만(포기당 250원) 700여만 원을 손해봤다. 그는 1500평 농지에서 딸기농사를 짓는다. 그는 "이제 더는 딸기 모종을 구할 길도 없어, 유명한 고령딸기 생산에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한숨을 쉬었다.

 

주민들은 "많은 비가 내린 것도 아닌데, 2003년 매미 때도 아무렇지도 않았던 이곳에 물폭탄이 터진 게 이해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개진농공공단 침수

 

4대강복원범대위는 "이번 낙동강 홍수 피해는 4대강 거짓 홍보에만 열을 올리고 국민의 안전에는 눈을 감아버린 정부당국을 더 이상 믿을 수 없음을 보여준 사건"이라며 "지금이라도 신뢰할 수 있는 민관합동조사위원회를 구성하여 4대강 16개 보의 안전문제를 종합적으로 파악하고 분석하여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대책을 신속하게 강구해야 한다"며 강조했다.

정부가 지금이라도 4대강 사업의 실패를 인정하고 객관적이고 독립적인 전문가 집단과 함께 4대강 사업 문제를 해결하자는 지적이다.

여름 가뭄 때 4대강에서는 독성 녹조가 발생해 큰 우려를 낳았다. 이어 이번 태풍으로 낙동강에서는 홍수 피해가 발생했다. 4대강 보 해체를 포함해 종합적인 진단과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일관된 의견이다.

 


 

원문 http://news.nate.com/view/20120920n06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