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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repreneurship Journalism

글자(Text)보다 문맥(Context)이다.

<사진출처: NEWSIS>

글자(Text)보다 문맥(Context)이다. 

2007 남북정상회담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포기 발언여부로 정국이 아직도 어지럽기만 하다. 이 문제는 국정원의 선거개입과 연관되어 있어서 의혹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남재준 국가정보위원장은 조직의 명예를 위한답시고 30년간 보존해야하는 대통령 기록물을 덜컥 국회에서 공개해 버렸다.  

하지만 그가 공개한 발췌록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NLL을 포기했다고하는 발언이나 늬앙스는 찾아 볼 수 없었다. 오히려 ‘서해평화협력지대’라는 남북간 평화와 번영의 길을 열었다는 내용을 확인함으로써 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재평가가 이루어 질수도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기도 했다. 

남 원장이 이 같은 비밀문서를 독단으로 열람한 행태는 법과 절차를 무시한 것이다. 향후 어느 나라 정상들이 대한민국 대통령과 격없는 대화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무엇보다 남 원장이 공개한 ‘발췌록’은 원본의 그것과 상당히 다른 내용들로 구성되었다. 이를테면, “예, 좋습니다”, “위원장님과 뜻을 같이하고 있습니다.” 등 문맥을 알지 못하면 노무현 전 대통령이 NLL을 포기한것으로 오해할 수 있는 내용들로 채워졌다. 

국가정보원은 이처럼 앞뒤 맥락을 다 잘라버리고 자신이 듣고 싶은 내용만을 추려서 ‘발췌본’이라는 이름으로 대중에게 선보였다. 보수언론은 이 내용을 그대로 신문 1면에 배치해 여론을 왜곡시키기도 했다. 과연 우리 사회에 실체적 진실은 존재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최근 KBS 정전협정 60주년 다큐멘터리의 육군 소위 인터뷰 내용도 이 같은 문제와 귀결된다. 인터뷰가 실린 방송이 전파를 타자 국방부가 발칵 뒤집혔다. 인터뷰 내용은 이렇다. "제가 병사들보다 좀 더 어리바리합니다. 이렇게 곧 적과 만날 상황이라고 생각하면 또 떨립니다. 약간 두렵기도 하고….나는 (GOP에서 근무하는 것에) 되게 자부심을 느낍니다”  

방송이 나간 직후 국방부 장관실은 예비역 장성들의 항의 전화들로 빗발쳤다고 한다. 어떻게 육군 장교라는 사람이 전 국민이 시청하는 TV방송에 ‘떨린다’, ‘두렵다’는 말을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초임 장교를 집합시키고 교육을 시키겠다고 하는데 인터뷰를 한 육군 소위에 대한 징계조치가 가능했을 것이란 추측을 해본다.  

이와 같은 문제의 원인은 글자와 글자로 이루어진 문맥을 이해하지 않고 순전히 글자 그 자체로만 내용을 이해했기 때문이다. 정치적인 사안이라면 이는 더욱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정치적 이념이 다른 사람이 문서를 보고 특정 글자를 문제 삼아 상대를 공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 일상에서도 적용된다. 상대를 설득 할 때 자신의 자세를 조금 굽히면서 상대를 존중해줄 때 오히려 협상은 쉽게 풀리는 경우가 많다. 이는 상대를 굽히는 글자 자체가 굴욕이 아니라 문맥에서 느껴지는 존중과 이해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글자보다 문맥이 중요한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정치권과 국방부는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기 바란다. 사소한 갈등때문에 국론이 분열될 시기가 아니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