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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 촛불집회는 민심도 아닌가

박 대통령, 촛불집회는 민심도 아닌가 

지난 17일 서울 시청 앞 광장에서는 국가정보원 대선개입을 규탄하는 '8차 국민촛불대회'가 개최되었다. 1차 촛불집회 당시 100명 정도였지만 한 달 뒤인 17일에는 4만 여명이 모였다. 한 달세 참가 인원은 400배가량 늘어난 것이다.  

전국에서 모인 시민들은 시청 앞 광장에서 진실과 정의를 위해 한 목소리를 냈다. 최근 이집트 사태와는 다르게 우리 시민들은 평화적이고 질서정연하게 집회를 진행해 왔다. 집회가 끝나면 자발적으로 ‘자원봉사’를 자처하며 쓰레기를 치우기도 했다. 그만큼 우리 국민들은 성숙하다는 뜻이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의 시민의식은 어떨지 궁금하다.  

촛불집회가 열렸던 반대쪽에는 어버이연합 회원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들은 종북세력을 척결하자며 다른 성격의 집회를 열고 있었다. 커다란 확성기를 틀며 반대 진영의 집회를 방해하는가 하면 막말과 고성을 내며 평화적인 촛불집회를 폄훼하기도 했다. 실체도 없는 종북사냥 때문에 사회의 정의가 뒤 바뀌는 상황이 연출되었다. 민심이 양극단으로 분열되고 있으니 이 또한 우리 현대사의 비극이다.  

국정원의 불법 선거 개입은 명확한 증거물과 증언들이 있기 때문에 쉽게 문제해결이 가능하지만 반대 진영에서는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상대를 향해 삿대질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과연 우리 공동체에 진실은 존재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새누리당과 보수언론은 촛불집회가 우리 사회를 어지럽힌다고 말하고 있다. 헌법에도 보장되어있는 언론, 출판, 집회, 결사의 자유를 그들 마음대로 해석하는 꼴이니 과연 국민주권은 어디에 있는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국가(정부)는 태생적으로 국민의 감시와 비판의 대상이 될 수 밖에 없다. 국가가 잘못된 정책에 의해 치부가 들어난다면 국민은 여기에 저항할 권리가 있다. 따라서 촛불집회는 우리사회의 정의를 바로 세우는 소금과 같은 존재다.  

집회 참가 인원수는 중요하지 않다. 매 주말이면 전국에서 모인 시민들로 시청 앞 광장은 발 디딜 틈이 없다. 박 대통령은 이러한 민심을 알아야한다. 왜 그들이 매 주말이면 광장을 찾는지, 왜 그들이 똑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는지 알아야한다. 시민들은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것이 아니며, 박근혜 정부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것도 아니다. 우리사회의 진실을 파헤치고 정의를 구현하자는 것이 핵심이다. 박 대통령의 침묵이 길어질수록 촛불민심은 커질 것이다.  

박 대통령은 어쩌면 유신정권의 향수에 빠져있을지도 모르겠다. 최근 청와대 비서실장 인선을 보면 답이 쉽게 나온다. 유신헌법 초안 작성, 초원복집 사태,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주도 등 한국 현대 정치사에서 ‘나쁜 짓’이라고는 빼놓을 수 없는 사건을 저지른 김기춘을 박근혜 정부 2기 비서실장으로 임명했기 때문이다. 촛불민심이 격화되자 이를 진압하기 위한 대책으로 김기춘을 임명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 정가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75세의 연령에서 과연 어떤 정책이 나올 것이며, 박 대통령이 주장하고 있는 창조경제 또한 어떻게 구현할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박 대통령은 지난 60년대 강경일변도식 정치를 한다면 오랜 기간이 되지 않아 정부의 정통성을 의심받는 일이 벌어질 것이다.  

현 정부가 출범한지 6개월 밖에 지나지 않았다. 인수위 시절 겪은 ‘인사참사’, 한미정상회담 중 현직 대변인의 성추행 사건, 진주 의료원 사태, 현대자동차 노동자 파업, 국정원 사태 등 돌발 변수라고보기에는 어려울 정도로 박 대통령이 쉽게 해결할 수 있는 사안들이었다. 시기를 놓치거나 방관만 하다가 화를 부르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 아니, 사실 대부분이 그런일들 이었다. 박 대통령이 진실로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고 싶다면 촛불민심부터 제대로 읽어야한다. 민심을 외면하고서 국정이 제대로 운영되는 나라는 없다. 박 대통령은 이 점을 잊지말아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