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 한겨레>
‘이석기 사태’, 진실은 뭔가
이석기 의원의 체포동의안이 국회에서 가결되자 곧이어 이 의원은 수원 교도소에 수감되었다. 국정원은 최장 10일간 관련혐의를 갖고 수사하겠다고 밝혔으며 향후 재판과정에서 사건의 진실이 밝혀질지 기대해 본다.
야권진영에서는 이번 수사가 국정원 개혁과는 별개의 사안이라며 향후 국정주도권을 놓지 않겠다는 야심을 드러냈다. 당장 이번 주말에 촛불집회를 이어가 ‘잃어버린 민주주의’를 되찾겠다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석기 사태든, 국정원 개혁이든 무엇보다 국민의 눈높이, 그리고 진실과 상식선에서 해결되어야 한다. 실체적 진실은 가려지고 오직 정치적 이해관계에만 매몰된다면 제2의 이석기 사태가 벌어질 것은 당연하다.
우선, 이석기 사태가 발발한 시점으로 되돌아가 보자. 지난 8월 26일, 박근혜 대통령은 청와대 비서관회의에서 ‘지난 대선 때 나는 국정원으로부터 어떤 도움도 받지 않았다’며 국정원 불법 대선개입 사태에 대해 단호히 선을 그었다. 그 다음날인 화요일,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서울 시청앞 광장에서 ‘노숙투쟁’을 한다고 선언했다. 국정원의 불법대선개입에 대한 ‘마지막 발악’인 셈이다. 그야말로 국정운영은 첩첩산중이었다. 박 대통령으로서는 국면을 전환하려는 어떤 ‘한방의 카드’가 필요할 시점이었다. 마침 8월 28일 수요일 새벽, 국정원은 이석기 의원에 대해 내란 음모죄를 적용해 수사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 사건에 대해 국정원은 지난 3년 동안 내사를 실시했으며 특히 올해 5월에는 ‘RO(혁명조직)’모임에서 총기탈취와 유류시설, 통신시설을 파괴한다는 이석기 의원의 녹취록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그 다음날 조중동 등 보수언론은 이 소식을 신문 1면에 배치하며 이석기 사태로 온 나라가 시끄럽게 되었다. <조선일보>는 이석기 의원이 ‘변장을 하고 도망을 갔다’는 확인 되지 않은 내용을 기사에 싣기도 했다.
그래서 이번 사건이 정치적 노림수가 있지 않냐는 시각도 지배적이다. 특히 국정원 개혁에 대한 국민의 목소리가 가중되고 있고 민주당 김한길 대표의 노숙투쟁으로 연일 국정운영이 어렵게 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 사건이 터졌기 때문이다. 더욱 의심이 가는 대목은 오직 국정원의 녹취록에만 의존해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녹취록에서는 ‘총기를 탈취하자’, ‘유류시설을 파괴하자’는 등의 발언이 있었지만 수사결과 이들로부터 총 한 자루도 발견되지 않았다. 내란음모죄가 적용되기란 어려운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더욱이 지난 5월에 이 녹취록을 확보했으면 그 당시 바로 수사에 착수했어야 하는데 4개월이 지난 이 시점에 수사하겠다는 것은 정치적 이해관계가 얽혀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물론 이 의원의 발언도 문제가 있다. 현역 국회의원으로서 입에 담지 못한 언행과 국민의 상식선에 벗어나는 말들을 서슴없이 했다는 점이다. 또한 이정희 대표의 오락가락한 해명도 비판의 눈길에서 비껴갈 수 없다. 그는 ‘농담삼아 그런 말을 했다’며 안하느니만 못하는 해명을 늘어놓기도 했다.
이석기 의원이 내란음모죄에 해당되는지의 여부는 법조계에서도 이견이 있다고 한다. 따라서 섣부른 여론재판이나 언론의 왜곡보도는 삼가야한다. 판사가 양심과 법적인 잣대가 아닌 여론에 의해 재판을 진행한다면 사태의 본질은 흐려지고 ‘사법살인’의 역사만 되풀이 될 것이다.
이제 수사는 검찰로 넘어가게 됐다. 좀 더 객관적이고 정확한 결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국가체제를 부정하고 사회를 어지럽히는 행위에 대해선 사법적 절차를 통해 엄벌을 취하는 것은 옳다. 하지만 언론에서 보도된 내용들만으로는 진실을 규명하기 어려우므로 법원은 재판과정에서 어떤 외압이나 여론에 흔들리지 말고 법적인 잣대로 판결해주기 바란다. 지난 역사를 되돌아보면 내란음모죄는 모두 국가권력의 정당성을 확보하는데 이용되었으며 사건들은 결국 무죄로 판결되었다. 이번 사건도 그럴 것이라고 단정 지어서는 안 되지만 정치적 이해관계를 고려한다면 부끄러운 역사를 되풀이하기 쉽다. 따라서 실체적 진실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기 이전에 섣부른 예단은 삼가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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