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 조선일보>
채동욱 검찰총장 ‘혼외 아들’사태, <조선일보>의 노림수는?
그동안 ‘1등 신문’이라며 기세등등했던 <조선일보>가 한국 언론계에서 얼마나 영향력이 큰지 새롭게 실감하고 있다. 지난 9월 6일 <조선일보>가 단독 보도한 ‘채동욱 검찰총장 婚外아들 숨겼다’는 기사 하나로 온 나라가 떠들썩하기 때문이다. 일개 언론사가 국가 사정기관의 총장을 향해 비판적 기사를 서슴없이 쓰고 있기에 더욱 그렇다. 하지만 채동욱 검찰 총장은 <조선일보>의 이 같은 보도에 전혀 주눅 들지 않았다. 채 총장은 보도 직후 즉각 정정 보도를 청구했으며 향후 사법조치도 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언론과 사정기관 간의 진실게임은 양극단으로 치닫고 있어 둘 중 하나는 치명상을 입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하지만 채 총장이 아무리 사정기관의 수장이라지만 의제를 설정하고 여론몰이 기능을 하고 있는 언론사와의 싸움에서 ‘승리’할 것이라는 전망은 그다지 높지 않다는 것이 필자의 주장이다. 왜냐하면 이번 사건을 보고 있으면 <조선일보>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싸움’이 오버랩되기 때문이다. 양 측은 노 전 대통령의 ‘요트 사건’으로 몇 년간 ‘싸움 박질’을 했다. 결국 법원은 노 전 대통령의 손을 들어줘 사건은 일단락됐다. 하지만 이후 <조선일보>는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비판적 기사와 칼럼을 수 없이 써왔다. 특히 참여정부 당시 <조선일보>는 한미FTA와 이라크 파병 결정을 제외하면 친정부 기사를 거의 쓰지 않았다. 이는 2009년 5월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검찰 수사를 받을 때 극에 달했으며 결국 여론에 의한 노 전 대통령의 자살로 이어졌다.
이러한 아픈 역사가 있기에 언론과 공직자의 싸움을 보노라면 왠만하면 ‘공직자가 손을 들지’라고 권하고 싶지만 <조선일보>의 악의적이고 뒷조사와 같은 보도행태를 보면 채 총장에게 ‘끝장을 보라’고 권하고 싶다.
검찰총장이라는 공직자 신분을 넘어 개인의 사생활을 여과 없이 기사로 내보내는 <조선일보>의 행태는 여전히 ‘하수구 저널리즘’에 머물러 있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 특히 가족관계등록부, 출입국기록부 등 당사자의 동의 없이는 취합이 불가능한 정보들을 기사에 싣기도 했다. 이런 측면에서 <조선일보>는 최소한의 사실관계 확인과 정보취득의 정당성여부로 비판의 눈길에서 비껴갈 수 없을 것이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채동욱 검찰총장과 적절치 않은 관계로 보도된 당사자 임모(54)씨가 어제(10일) <조선일보>에 편지를 보내왔다고 한다. 이 편지에서 임씨는 "먼저 밝힐 것은 제 아이는 현재 검찰총장인 채동욱씨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아이라는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채 총장과의 관계, 아이의 문제 등을 설명했다. 채동욱 검찰총장의 혼외 아들이라고 지목된 아이의 엄마가 ‘아무런 관계가 아니다’라며 직접 밝혔기 때문에 <조선일보>의 최초 보도가 오보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조선일보>는 채 총장에게 유전자 검사를 요구하며 사태를 확실하게 매듭짓기를 촉구하고 있다. 남의 사생활을 뒷조사하는 것을 넘어 사실 확인조차 제대로 하지 않은 기사로 사정기관의 수장을 쥐락펴락하고 있는 것이다. 이쯤이면 <조선일보>의 행보는 한 마디로 ‘막장’이다. 한편으론 언론의 감시기능을 넘어 어떤 정치적 모종의 거래가 있지 않느냐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언론과 공직자의 싸움은 구조적으로나 역사적으로 봐도 공직자가 이길 수가 없다. 이러한 매카니즘을 알고 있는 <조선일보>가 채 총장을 마구 흔들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한 사회의 상식과 도를 지나쳐버리면 어떠한 조직도 파멸할 수밖에 없다. 사회감시기능을 담당하는 언론사가 이런 식으로 과도하게 내용을 부풀려 사회를 어지럽히는 것은 언론의 제 기능을 부정하겠다는 것과 같다. <조선일보>는 ‘1등 신문’이라는 이름에 먹칠 하지 말고 오보로 판명된 내용에 대해선 깨끗하게 사과하기 바란다.
'Entrepreneurship Journalism'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상가족상봉 연기, 북한의 속내는? (0) | 2013.09.21 |
---|---|
도대체 종북의 기준은 뭔가 (0) | 2013.09.21 |
‘이석기 사태’, 진실은 뭔가 (1) | 2013.09.06 |
망국적 광기시대, 우리는 행복한가 (0) | 2013.09.04 |
섣부른 여론재판은 삼가라 (0) | 2013.09.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