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 민중의 소리>
도대체 종북의 기준은 뭔가
추석 명절을 맞이해 새누리당 지도부는 서울역 앞에서 종북세력을 규탄하는 홍보물을 배부했다. 하지만 반응은 싸늘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이같은 행동을 보고 이석기 사태로 인기를 얻으려는 아니냐며 반감을 들어내고 있다. 진위를 떠나 새누리당이 생각하는 것처럼 종북세력이 우리사회에서 배제되어야 하는 것은 옳다. 더욱이 국민들 100이면 100모두가 종북세력 활동에 대해 옹호하지도 않을 것이다. 나 부터도 그렇다. 국가의 존립을 어지럽히는 세력들에게 감히 누가 손을 내밀겠는가.
문제는 방법론이다. 명절을 맞이해 모처럼 고향으로 가겠다는 귀성객들에게 국민화합이나 안녕을 외치는 목소리가 아니라 이처럼 상대를 굴복시키려는 행위는 반감을 갖기에 충분하다. 극우세력들에게는 반대진영에 대한 혐오감을 더욱 부채질 할 뿐이다. 결국 다양한 사상과 생각을 들을겨를도 없이 비판을 하면 무조건 종북 딱지를 붙이는 상황이 비일비재할 수도 있으며 나아가 상호소통이 막히기 십상이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후 어느덧 우리사회는 상대를 굴복시키고 압박을 해야만 그것이 신뢰고 원칙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 같다. 피와 땀을 흘려야 그것이 진정한 평화와 안정이 온다고 믿는 것이다. 새누리당이 짜내고 있는 ‘종북 프레임’이 그래서 위험하다. 이는 1950년대 이승만 자유당이 자행했던 일들과 무엇이 다르며 1970년대 박정희 독재정권이 권력의 정당성을 얻기 위해 간첩몰이를 했던 것과 무엇이 다른지 의문이다.
<사진출처: 프레시안>
장면 #1.
이러한 종북 척결프레임은 194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해방 직후인 1948년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반민특위)가 꾸려졌다. 일제강점기 35년간 자행된 민족의 반역자와 친일·부일 협력자를 처단하는 기구다. 반민특위는 ‘반민족행위처벌법’에 따라 일제에 협력한 자를 최고 사형 또는 무기징역형 등에 처하고 재산은 몰수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특위 활동의 결과는 초라했다. 사형 당한 친일 반역자는 단 1명도 없다. 징역형으로 수감된 사람도 고작 14명으로 대부분이 풀려났다. 청산해야 할 역사를 바로잡지 못한 것은 당시 이승만 정권의 방해 때문이었다. 친일파 척결을 주도했던 소장파 의원들을 간첩으로 몰아 체포(국회프락치사건)하더니 반민특위 폐기 법안을 통과시켜 특위를 가동 1년 만에 무력화시켰다. 반민특위의 해체로 민족의 반역자들은 고스란히 살아났고, 그 후 상당수가 한국 사회의 지배세력으로 군림했다. 친일파를 청산하고 부끄러운 역사를 바로 세우자는 국회의원들을 종북 세력이나 간첩으로 몰아 부친 것이다. 무고한 시민이나 진정한 애국자가 얼마나 죽임을 당해야 종북 프레임이 허구인지 우리사회는 아직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진출처: 뉴스1>
장면#2.
지난 9월 2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2차 공판에 증인으로 민병주 전 국정원 심리전단 단장이 출석했다. <경향신문>은 민 전 단장은 원세훈 전 원장으로부터 트위터를 통한 사이버활동 강화지시를 받은 사실이 있다고 시인했다고 보도했다. 또한 그는 국정원 직원들이 지난 대선 때 특정 후보를 거론해 비난 댓글을 다는 것은 문제가 있음을 인정했다고 밝혔다. 민 전 단장은 재판 말미에 재판장으로부터 ‘종북의 기준이 뭐냐’는 질문을 받았지만 끝내 답하지 못했다. 검찰이 “댓글달기도 공권력 행사인데 종북척결을 위한 것이라면 종북의 기준과 범위가 있지 않으냐”고 묻자 그는 “다른 데는 있는지 몰라도…”라며 말끝을 흐렸다. 재판장이 “종북의 기준이 있느냐”고 다시 물었지만 그는 침묵했다. 인터넷 댓글활동의 목표가 종북 척결이라고 주장해온 심리전단 책임자가 종북의 기준에 대한 답을 내놓지 못한 것이다. 종북 척결을 외치던 집단이 종북의 기준이 무엇인지 모르고 있는 것이다. 오직 나와 생각이 다르면 종북 세력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는 않은지 의문스러울 따름이다.
남북분단이 지속된 지 어느덧 68년이 되었다. 소련과 미국의 냉전시대는 80년대에 이미 막을 내렸다. 우리나라는 6.25전쟁 당시 적국이었던 중국과 수교를 맺은지 20년이 지났다. 경제교역 면에서도 미국을 추월한지 오래다. 이처럼 한반도의 상황은 엄청나게 변했다. 하지만 남북관계는 오히려 1950년대를 답습하고 있다. 지난 김대중-노무현 정부 당시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의 평화지대와 통일을 이야기 하던 시기도 있었지만 이제는 그마저도 금기시된 상황이다. 오히려 통일이야기를 하다간 종북 세력으로 규정될 판이다.
국정원도 모르는 종북 세력의 기준이 대체 무엇인지 궁금하다. 북한을 따르고 추종하는 세력은 당연히 실정법에 맞게 처벌하는 것은 옳다. 또한 한반도의 긴장을 가중시키고 자국 국민의 삶을 무참히 짓밟고 있는 북한의 행동에 대해서 비판하는 것도 공감한다. 대한민국은 북한과 비교해 볼 때, 체제, 경제, 문화, 군사 등 모든 영역에 있어서 절대적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북한과의 체제경쟁에서 완전히 '승리'한 셈이다. 지금 당장이라도 거리에 나가 ‘김정은 만세!’라고 말한다면 어느 누가 거기에 동조를 할 것인가. 오히려 비웃음만 살 것이다. 나아가 그러한 행위는 실정법에 맞게 처벌을 하면 된다. 다만 우리사회가 종북 세력을 잡겠다는 말 한마디로 개인의 사상이나 자유가 얼마나 왜곡되고 옥죄고 있는지 우리 모두가 곰곰이 생각해보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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