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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repreneurship Journalism

개성공단 폐쇄위기, 누구의 책임인가

 

<사진출처: 노컷뉴스> 

개성공단 폐쇄위기, 누구의 책임인가 

도심 한 복판에서 어떤 남성이 큰소리치며 칼부림을 하고 있다면 주위 사람들은 겁에 질려 경찰에 신고할 것이다. 칼부림을 한 남성은 살인미수죄가 적용 돼 처벌받게 되지만 왜 이러한 행동을 하게 되었는지 경찰로부터 철저한 조사를 받을 것이다. 이유야 어찌되었든 이와 같은 행동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철저한 원인 규명을 하는 것은 문제 해결 못지않게 중요하다. 연일 터지는 살인사건, 자살 등을 보면 아무 이유 없이 생겨난 일이 없다. 희대의 사기꾼, 탈옥자인 신창원은 "사회가 자신을 이렇게 만들었다"고 말했는 것 처럼 재발방지를 위해선 문제의 원인을 철저히 규명해야한다. 이 문제가 선행되지 않으면 똑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는 장담 할 수 없다.  

이를 국가외교문제에 대입해보자. 2013년 2월 25일 박근혜 정부가 출범 한 뒤 지난 5년간 냉각된 남북관계에 큰 활로를 찾을 것으로 기대됐다. 특히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라는 새 대북정책에 대해서는 ‘상호 신뢰’라는 긍정적 측면이 많았다. 하지만 지난 3월에 실시한 한․미 키리졸브 훈련 여파로 남북간 긴장이 다시 고조되기 시작했다. 개성공단은 폐쇄위기에 몰렸으며 이후 남북당국자회담 취소, 이산가족 상봉 취소 등 남북관계는 파행을 겪었다. 남북경협, 인도주의적 측면으로 볼 때 일말의 책임은 약속을 파기한 북측에게 있다. 하지만 상대가 예상치 못한 행동을 한다면 우리에겐 어떤 책임이 있는지 원인과 대안을 마련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경색된 남북관계가 지속되자 외교가에서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나오고 있다. 남북간 긴장이 고조되면 그 피해는 남북 모두가 짊어져야한다. 문제의 원인을 철저하게 규명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개성공단 폐쇄 위기, '한반도 실례 프로세스'인가

한․미 키리졸브 훈련 당시 남측은 한미동맹을 견고히 다져 대북억제력을 높이겠다고 주장했으며 북한은 이 훈련은 자국을 향한 도발 연습이라며 한국과 미국을 강하게 비판했다. 급기야 북한은 4월 3일 개성공단으로 들어오는 인원에 대해 통행제한 조치를 내렸다. 닷새 뒤인 4월 8일, 김양건 노동당 대남담당 비서가 "개성공단 가동 잠정 중단 및 北근로자 전원 철수"한다는 담화문을 발표했다. 이후 개성공단 실무협의를 진행했지만 5월 3일 개성공단 잔류인원 7명이 최종적으로 귀환함으로써 공단은 문을 닫게 됐다. 이후 정부는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회담제의를 북측에게 전달 했지만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남북교류의 마지노선이라고 불렸던 개성공단이 폐쇄위기에 몰리면서 한반도의 긴장은 더욱 고조되었다. 개성공단 사태를 두고 보수언론에서는 ‘대북 퍼주기’, ‘입주기업 인질화’, ‘김정은 처단’ 등 적대적 대북인식을 드러낸 반면 진보언론에서는 ‘민족 화해’, ‘한반도 평화’, ‘남북경협’ 등 비교적 유화적 대북인식을 드러냈다. 개성공단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감성적 접근보다는 이성적 접근이 요구된다. 하지만 개별 언론사는 정파적 프레임을 내세워 진영논리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오히려 정부 정책결정자에게 왜곡, 과장된 기사로 사태는 더욱 악화시켰다. 특히 국방부는 ‘입주기업 인질화’, ‘북한 지휘세력 타격’ 등 극한 언사를 쏟아내며 평화적 문제해결 보다는 상대를 압박하는 것에 초점을 두었다. 이는 북한 당국에게 ‘존엄성 훼손’이라는 명분준 계기가 되었다.  남북간 의견불일치 또한 개성공단 정상화에 차질을 빚었다. 유사 사태 재발방지와 사태의 책임 '주체' 문제로 회담 합의문은 조기에 타결 짓지 못한것이다. 개성공단이 폐쇄위기에 몰린 가장 큰 이유는 이처럼 남북간 상호 적대적 관계 인식에서 비롯됐다.  

남북간 긴장이 지속된 상황에서 개성공단에 희소식이 들어온 것은 사태 발발 5개월이 지난 시점이었다. 북한은 8월 7일 조평통(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 특별담화를 통해 개성공단의 전향적 조치를 취한다고 밝혔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4개월 전 자신이(북한)취한 개성공단 잠정중단 조치를 해제하고, 개성공단 중단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이후 제7차 개성공단 실무회담과 개성공단 남북공동위원회 회의가 개최되었다. 다행히 이 회담을 통해 남북은 9월 16일부터 공단 재가동에 합의했다. 

 

<사진출처: 뉴스1>

남북회담 하루 앞두고…새누리 '김정은 타격' 발언

북 "괴뢰패당의 방해와 책동으로 회담 무산" 

남북 모두 겉으로는 대화와 협력을 외쳤지만 뒤에서는 전혀 다른 행동을 보였다. 언론을 통해 적대적 프레임을 형성하거나 지도부가 직접 나서서 상대를 타격하겠다는 극한 언사를 쏟아내기도 했다. 9월 16일자로 개성공단은 정상화 되었지만 입주기업인들이 입은 경제적 피해액은 1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민족화해와 남북경협도 김대중 정부 이전으로 후퇴돼 ‘통일한국’을 기대하는 것은 '옛말'이 됐다. 개성공단 사태를 두고 우리정부와 언론은 북한의 일방적인 조치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역지사지의 관점에서 북한을 바라본다면 과연 이 논리가 타당한지 생각해보아야 한다. 협력의 본질은 자신만 잘하고 있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다. 상대가 원하는 바를 읽고 문제의 본질을 꿰뚫어 보는 것이야말로 화해와 협력의 지름길이다. 북한이 잘못한 부분에 대해선 단호한 의지를 갖고 대응하되 우리의 책임은 없는지 되돌아 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