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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repreneurship Journalism

공포정치가 시작되나

<사진출처: 민주언론시민연합>

공포정치가 시작되나

국정원에 의한 국가기관의 불법 대선개입 사태가 갈수록 가관이다. 국가보훈처, 경찰, 국정원 등 국가기관이 전방위적으로 시행한 여론조작은 국방부까지 그 불꽃이 튀었다. 사이버사령부 소속 장병들의 여론조작 실태가 바로 그것이다. 사태가 불거진 후 국방부는 자체조사를 통해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장병들이 개인적으로 정치적인 댓글을 달았다고 밝힌 것이다. 하지만 동일한 IP, 오후 3시~6시 일과시간대에 집중적으로 댓글이 생성되었다는 점 등을 고려해보면 국방부의 발표를 ‘액면 그대로’ 믿기에는 앞뒤가 맞지 않다. 최종적으로 수사결과를 지켜봐야하겠지만 이런식으로 국방부에 의한 ‘셀프조사’는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꼴이다.

새누리당이 늘 하던 구호가 있다. 이 땅의 ‘자유민주주의를 지키자’고 말이다. 하지만 최근 사건들을 보면 누가 우리의 민주주의를 훼손하는지 구분이 안된다. 진실이 왜곡되고 정의가 바로잡히지 않는 나라는 민주주의라고 할 수 없다. 과연 새누리당과 정부는 민주주의의 의미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을까. 상황에 맞게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한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박영선·박지원·이춘석·박범계·서영교·신경민·전해철)과 정의당 서기호 의원은 20일 국회에서 각자 기자회견을 열였다. 이 자리에서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들이 지난해 9월1일부터 12월18일까지 선거 개입 활동을 한 트위터 글 5만5689건을 공개했다. 이 글들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검찰의 공소장 변경 허가 신청서 별지에 나와 있는 것이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대선불복’, ‘김대업 병풍사건’ 등을 거론하며 ‘국기문란사태’의 본질을 떨어뜨리고 있다.  

이번 사태는 국가기관이 조직적으로 여론조작을 통해 선거에 개입했느냐의 여부다. 검찰수사와 증거물을 통해 진실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는 상황에서 선거의 불법성 또한 의심이 되고있다. 만약 절차적 정당성이 훼손된 선거에서 대표자가 선출되었다면 그 공권력은 정통성이 있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발행부수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조중동 보수언론은 여전히 화제를 다른 곳으로 돌리고 있다. 스스로 ‘비판신문’, ‘1등 신문’이라고 외치고 있는 그들이 국가의 국기문란 행태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면 최소한 언론으로서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다. 전 국민은 이번 사태를 보고 분노하고 있고 선거의 공정성에 깊은 유감을 나타내고 있다. 과연 조중동 신문은 민심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을까. 전혀 그렇지 않다고 본다. 

KBS∙MBC∙SBS 등 지상파 방송사 또한 마찬가지다. 헌법에도 명시하고 있는 국군의 정치적 중립을 훼손했는데도 이들 방송사는 민주당과 새누리당의 '상호 공방전'으로만 인식하고 있다. 아니면 보도를 외면하거나 뉴스 말미에 단신으로 보도한 경우가 허다하다. 특히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고 있는 KBS가 국민의 방송으로서 국민의 여론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지 회의적이다.  

정치권의 난타전, 청와대의 강경모드, 언론의 침묵 등은 정치를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국가권력이 국민들에게 ‘정치는 원래 저런 거야’라는 인식을 심어줌으로써 정치적 혐오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정치적 냉소가 깊어질수록 권력가들은 자기마음대로 정치를 할 것이다. 결국 민주주의는 훼손되고 질서는 잡히지 않는 군사정권시절로 되돌아 갈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무리 깨어있는 눈으로 봐도 민주주의는 보이지 않는다. 뻔히 실체적 진실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를 외면하거나 부정하는 세력들이 우리의 눈을 가리고 있는 것일까. 공포정치가 이대로 지속될까 두렵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