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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repreneurship Journalism

전교조 설립취소 위기, 정부가 좌초한 일이다.

<사진출처: 뉴스1>

전교조  설립취소 위기, 정부가 좌초한 일이다.

전교조가 노조설립 27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았다. 6만 여명의 조합원을 거느리고 있는 거대 조직인 전교조가 지난 이명박 정부에서는 9명의 교사가 해직 되더니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올해에는 조직의 존립 자체가 위태로운 상황으로 몰렸다. 정부의 주장은 단순하다. 해직자 몇 사람이 조합원으로 있기 때문에 노조 자격을 박탈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논리는 애당초 말이 안 된다. 해직자 9명은 대부분 지난 2008년 ‘광우병 사태’ 당시 촛불집회 주동자로 지목되어 교육부로부터 징계를 받은 사람들이다. 그리고 사학비리를 내부 고발했거나 학생들에게 일제고사 '선택권'을 줬다가 해임당한 경우도 다수 포함되어있다. 이처럼 ‘교사 해직 사태’ 자체가 순수 노동 운동을 폄훼한 일이었으며 정부의 독단적인 정책 추진으로 불거진 것이다. 정부에 의해 문제가 불거진 만큼 정부는 설립 취소라는 초강수를 두는 것보다 근본적 해결책을 찾는 게 우선순위다. 

<노태우 정권 때 전교조 탄압을 위해 공문으로 내려 보냈다던 ‘전교조 교사 식별법’>   

촌지를 받지 않는 교사, 학급문집이나 학급신문을 내는 교사, (특히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과 상담을 많이 하는 교사, 신문반·민속반 등 학생들과 대화가 잘 되는 CA(특별활동)반을 이끄는 교사, 지나치게 열심히 가르치려는 교사, 반 학생들에게 자율성·창의성을 높이려 하는 교사, 탈춤·민요·노래·연극을 가르치는 교사, 생활한복을 입고 풍물패를 조직하는 교사, 직원회의에서 원리 원칙을 따지며 발언하는 교사   

위 ‘전교조 교사 식별법’의 내용도 어이가 없을 정도다. 오히려 학교 현장에서 ‘참교육’을 목표로 설립된 전교조 활동을 인정한 셈이다. 이는 전교조 활동을 정부가 스스로가 합법화 시킨 꼴이다. 교사들의 권익신장과 공교육의 정상화를 위해 목소리를 냈던 전교조가 최근 위기에 빠진 것은 무엇보다 박근혜 정부가 자행하고 있는 노동운동 탄압의 일환으로 보여 진다. 여기에 보수언론까지 가세해 ‘전교조 죽이기’는 날이 갈수록 심화 되고 있다. 이 같은 행위는 모두 사회 정의에 반하는 일이다. 노동조합의 태생적 성격은 ‘사회개혁’이며 정치적 성향으로 따지면 ‘진보’에 속한다. 하지만 정부 정책에 대한 합리적 비판과 반대 성향의 조직을 무차별적 탄압이 계속된다면 순수한 의미의 노동운동은 사라지고 말 것이다.   

전교조 설립취소, 법적 근거 없다 

지난 9월 23일 정부는 현재 전교조 조합원인 해직자 9명을 근거로 한 달 안에 규약 변경을 촉구했다. 이후 정부안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법외노조’ 즉, 설립 취소 인가 절차를 밟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해직자 9명이 조합원으로 있다는 이유로 노조 설립 취소를 강행하겠다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결사의 자유를 근본적으로 침해하는 행위다. 정부는 법대로 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법적 근거도 미약하고 국제적 기준과도 거리가 멀다. 9조 2항을 근거로 정부는 전교조가 더 이상 설립 취소에 해당됨을 주장하고 있지만 그 상위 법인 노동조합법에는 이미 설립된 노조의 설립을 취소할 수 있는 아무런 근거 규정이 없다. 대법원 판례에서도 해당 노동조합이 공익성을 심각하게 침해했을 경우에만 설립취소를 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어 정부의 주장은 애당초 설득력이 없다. 

노동운동 후진국으로 전락하다 

전교조는 지난 1일 OECD 노조자문위원회와 세계교원단체총연합회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전교조 설립 취소를 하지 말라는 항의 서한을 보냈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항의 서한에서 한국이 OECD에 가입하면서 교사와 공무원 결사의 자유, 그리고 노조활동 보장을 약속했다며 전교조의 노조등록 취소는 국제약속을 파기라고 주장했다. 과거 김영삼 정부는 1996년 OECD가입 때 교사 단결권 보장 등을 약속한 뒤에야 회원국이 될 수 있었다. 만약 정부가전교조 설립을 취소한다면 OECD 가입 당시의 국제약속을 파기하는 것이 되기 때문에 박근혜 정부의 노동 정책에 심각한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OECD의 특별 노동감시국 지정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쓸 가능성이 보여 우리사회는 노동운동 후진국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정부는 전교조가 해직교사를 조합원으로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법을 어겨 설립 취소가 마땅하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문제가 된다면 최초 원인이 무엇인지 따져보는 것이 이치다.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 해직교사 사태가 말이 안 되는 일이었기 때문에 정부의 주장은 논리에 맞지 않다. 정부는 앞뒤 상황을 이해하지 않고 오로지 법을 어겼다는 이유로 전교조를 탄압하고 나선 것이다. 전교조는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한다고 밝혔지만 향후 노동운동의 침체가 가속화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현행 헌법은 '법률'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제약할 수 있다고 명시한 만큼 '시행령'만으로 노조 설립을 취소한다는 건 과잉처벌이자 그 자체로 헌법에 위배되는 일이다. 박근혜 정부는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결사의 자유, 나아가 노동운동의 참된 의미가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