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3학년 시절, 매일 늘어만 가는 과제와 시험에 지치고 사람에 치이면서 저에게도 때늦은 사춘기가 찾아왔습니다.
일종의 회의감이라고 해야 할까요. 정신없이 학교생활을 하다가 문득 ‘내가 지금 뭐하고 있는거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토록 선명했던 꿈은 점점 희미해져만 가는 것 같았고 겉으로만 애써 웃음을 지으며 형식적으로 사람을 대하는 제 자신을 보면서
크게 회의감이 왔던 것 같아요. 저에겐 그저 속은 텅 빈 껍데기만 남았었죠.
그때 우연히 보게 된 영화가 바로 <내 깡패같은 애인>이었습니다.
이 영화를 그 시기에 만난 건 저에겐 큰 행운이었죠. 영화 속 세진이의 모습이 마치 저를 보는 것 같았거든요.
세진이는 입사한지 석달만에 회사가 부도가 나 청년백수, 좋게 말해 ‘취업준비생’으로 돌아갔죠.
취업을 위해 서울로 올라와 지하방에 살면서 면접을 보러 다니지만 지방대 출신이라는 이유로 매번 떨어집니다.
바로 옆집에 사는 깡패 동철은 그런 세진이에게 점점 위로가 되고 힘이 됩니다.
어찌 보면 백수와 깡패라는 우리사회의 루저가 그려내는 뻔한 스토리로 보일 수 있지만
취업난에 시달리고 있는 젊은이들에겐 큰 공감과 위로가 된 영화입니다.
세진이는 바로 나의 모습이기도 하고 나의 친구, 가족 중 한명의 모습이기도 하죠.
"프랑스 백수들은 취업 안된다고 불지르고 때려부수고 하드만 우리나라 백수들은 존내 착해서 다 지 탓인 줄 알어.
지가 못나서 그런 줄 알고. 어유 새끼들 착한건지 멍청한건지. 다 정부가 잘못한 건데. 니 탓이 아니니까. 당당하게 살어. 힘내! 씨발"
이렇게 중간중간에 백수들의 아픈 부분을 깡패 동철의 시선을 빌려 속 시원히 긁어주기도 합니다.
장르는 멜로/로맨스지만 저는 그들의 사랑보다는 세진이의 인생과 치열한 청춘이 더 돋보였던 영화인 것 같습니다.
힘들고 지쳐있었던 저에게 다시 꿈을 꾸게 해주고 위로가 돼준 영화입니다.
주변에 꼭 있을 것만 같은 친근한 이미지의 정유미와 깡패역할이 어울릴 것 같지 않았지만 꽤 어울렸던 박중훈이라는 두배우의 연기도 볼 만합니다.
지친 대학생들과 취업준비생에게 추천하고 싶은 영화 <내 깡패같은 애인>입니다.
<사진출처: 네이버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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