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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nowledge Archive (Stalker)

대구, 어디까지 가봤니? (1) - 대구 경상감영공원


선의 행정요충지 대구 

대구 시내 중앙로역에서 4번 출구로 나가 본 적 있으세요?

대부분의 젊은이들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은 동성로 방면으로 나가는 2번 출구나 지하상가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 갑니다.

지난 일요일, 저는 꽁꽁 얼었던 날씨가 주말동안 급히 풀리면서 오랜만에 밖으로 나섰습니다.
늘 가던 2번출구를 등지고 중앙로역 4번 출구로 나갔습니다.
 지하철에서 함께 내렸던 그 많던 사람들이 어디론가 다 가버리고 눈에 띄게 줄어든 무리들을 따라 걸었습니다.
그렇게 100M정도를 걸어가면 옛 조선시대 관청이 있던 경상감영공원이 나옵니다.

제 개인적인 기억으로는 이곳에 온 것이 코흘리개시절 어머니 손을 잡고 따라왔던 경험이 있습니다.
당시에는 길거리를 다니던 사람들도 많고 꽤 큰 건물들도 많았던 것 같은데,
 그때와는 다르게 건물들이 좀 더 허름해 진 것같고 겨울이어서 그런지 더 을씨년스러웠습니다.

(절도사 이하는 말에서 내리라는 '하마비(下馬碑)')


경상감영공원은 면적이 약 165,000㎡에 이르고 이 터가 조선 선조 때 경상감영이 있던 자리입니다.
1965년까지 경상북도청사가 있다가 산격동으로 도청이 옮겨가면서 남아있던 터를 공원으로 조성했다고 합니다.

여기서 경상감영은 조선8도 중에서 ‘경상도’를 관할하던 감영으로 선조(1601년)때 성주에서 대구로 이전했다고 합니다.

공원 내에는 경상관찰사가 공무를 봤다던 선화당과 그들의 관사로 쓰였던 건물인 징청각이 각각 대구 유형문화재 1,2호로 지정 되어 보호되고 있었습니다.


임진왜란이나 6.25전쟁과 같은 굵직한 ‘사건’들이 많았던 우리나라의 역사 속에서 현존하는 관아 건축물이 별로 없는데
 선화당이나 징청각은 건축물 자체로서 그 희소가치가 있을 뿐만 아니라
예부터 한반도 동남부의 중심적 역할을 했던 옛 대구의 역사적 의의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습니다.
(실제로도 여러 번 불타 몇 차례의 복원작업이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 가치만큼 관심과 주목을 받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까웠습니다.
존재는 알지만 그 의의를 모르거나 실제로 가보지 않은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매번 다니던 시내에서 불과 100미터도 떨어지지 않은 곳임에도 불구하고
빌딩 하나, 도로 한 블록을 두고 반대편에서는 젊은이들과 사람들로 넘쳐나는 거리이고,
그와는 너무 다르게 이곳은 한적하다 못해 을씨년스럽게 느껴지는 공간이어서 묘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복잡하고 바쁜 도심 속에서 사람들에 치이며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이 매겨져 있는 커피를 마시는 것보다는
가끔은 역사를 들여다 볼 수 있는 이곳에서 시원하고 맑은 공기를 마시는 편이 훨씬 더 유익하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역사적 유물로서만 보존되었다면 다가서기 힘들었을테지만
그리 멀지 않은 거리에 있어서
가족과 함께 가도 여유를 즐겨도 좋고
어린 동생, 조카들을 데려가 우리의 역사를 보여 줄 수 있어 좋은,
 꽃피는 봄에 애인과 벚꽃을 맞으며 낭만을 즐길 수 있는
'우리 곁의 역사'인 경상감영공원에 한번 가보는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