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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nowledge Archive (Stalker)

일기쓰기는 어린 시절 ‘추억’일 뿐인가

ⓒ utokpia


어린 시절 그림일기부터 시작해서 방학숙제로 쓰는 일기까지 과거에 우리는 일기를 썼어요. 
그 시절 우리는 일기쓰기를 싫어하는 경우가 대다수였지만 억지로라도 일기를 썼죠. 
하지만 지금 우리는 일기를 쓰고 있나요? 주변에서도 찾아보면 극히 드물거에요. 
아마 언제부터 일기를 안 쓰게 되었는지도 생각이 안날만큼 까마득할 지도 몰라요. 
그 정도로 일기쓰기는 과거의 추억일 뿐 현재 우리의 일상에선 없는 일이 되어버렸어요.

자신의 모습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은 거울이죠. 일기는 ‘거울’과 같아요. 
거울은 겉모습을 비추지만 일기는 자신의 내면의 모습을 비춰요. 일기를 쓴다는 것은 마음의 모습을 비추는 나만이 갖고 있는 또 하나의 거울을 가지게 되는 거에요. 
거울을 보면서 겉모습을 정리하는 것처럼 일기는 하루 지낸 일을 돌이켜 봄으로서 자신의 생활을 점검할 수 있어요.

사람은 혼자 살아가지 않아요. 자신의 생활을 살펴보는 것은 여러 사람과의 관계를 살펴보는 것과 마찬가지에요. 
도움이건 비판이건 자신에게 영향을 끼친 일들을 기록함으로서 대인관계를 다시 생각해볼 수 있게 해요.

또 혼자만이 갖고 있는 생각이나 다른 곳에 얘기할 수 없는 나만의 얘기를 일기에 써놓으면서 마음이 개운해질 수 있어요. 

무엇보다 일기를 쓰면 좋은 것은 ‘글쓰기’에 도움이 되요. 일부러 글을 잘 쓰기 위해 막연히 글쓰기 연습을 하는 것보다 일기를 쓰는 것이 더 좋아요. 
글을 쓰는 일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어려워하고 힘들어하는 일인데, 평소에 일기를 쓰는 습관을 가진 사람이라면 그리 어렵지 않게 글을 쓸 수 있을 거에요. 
일기는 그날 겪은 일을 기억하며 쓰는 것이며,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해 쓰는 것도 아니므로 부담 갖지 않고 쓸 수 있어요.

사람의 기억력은 그리 좋지 않아요. 어린 시절의 추억들을 떠올리는 데 좋은 것이 무엇인지 묻는 다면 ‘사진’이라 말하겠지만, 더 좋은 것은 ‘일기’이지 않을까요? 
사진은 특정한 날 띄엄띄엄 찍은 장면에 불과하지만 일기는 그 때의 생활과 생각을 읽을 수 있으니 더 생생하게 와 닿아요. 
먼 훗날 우리가 지금 쓴 일기를 읽는 다면 그땐 그랬었지 하며 미소 지을 수 있을 거에요.

매일 일기를 쓴다는 것은 물론 처음에는 힘들 수 있어요. 하지만 그날마다 기억에 남는 일들이나 기억하고 싶은 일들이 있을 거에요. 
그 일들을 문장으로 쓰고 하다보면 어느 샌가 그 문장들이 일기가 되어 하루하루가 쌓여 있을 거에요. 
일기 쓰는 것은 어렵지 않아요. 단지 나의 말을 쓰는 것이고, 나를 기록하는 것이기 때문에 부담 갖지 않고 시작해보는 것이 어떨까요? 
더 이상 세상살이가 각박하고 바쁘다는 핑계는 그만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해요.



ⓒ utokpia

우울하고 힘든 시기였던 고3 수험생 때, 나와 언제나 함께 있어준 소중한 일기장들이에요. 
정말 사소한 일들 그리고 조금은 철없던 생각들, 그 때의 풋풋했던 감정들 모두 여기에 담겨있어요.
지금 일기장을 한 장씩 넘겨보며 그 순간들의 나를 보고 있으니 너무 귀엽기도 하고, 바보같기도 하고
어떨 땐 어른스럽고 기특하기도 하고 재미있는 에피소드들도 너무 많았어요.

정말 친한 친구가 하루 하루 변해가는 걸 보면서,
멀어지는 것 같고 차갑게 느껴졌던 슬픔의 눈물 자국들이 일기에 묻어있었어요. 
엄마와 다투고 너무 화가 나서 평소와 다른 못난 글씨로 가득한 쪽도 있었어요.
하지만, 여전히 너무나도 친한 친구이고
엄마와 가끔 다투기는 하지만 철없던 그 때보다 좀 더 성숙해졌으니까
지금 일기를 보면서 웃을 수 있는 것 같아요.

또, 너무 좋아해서 그 선배를 보기만 해도 설렜던 풋풋하고 아기자기한 말들로 써내려간 마음들.
내 생일 때 적은 일기마다 맛있는 거 많이 먹은 건 빠지지 않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곁에 있어줘서 행복 가득한 느낌표도 끊이질 않았어요.
 
그 날의 '나'를 지금의 '나'가 바라본다는 것.
신기하기도 하고 즐겁기도 하고, 두근두근 거리는 것 같아요.
그 때 일기를 쓰면서 스스로를 토닥이며 받았던 위로들, 벅차오르던 기쁨들.
지금의 내가 읽으면서 다시 한번 위로를 받고 있네요.
또 다시 오늘의 일기가 미래의 나에게 읽힐 거라는 설렘이 너무 좋아요.
앞으로도 일기장은 내 곁에 있을 거에요.

'정말 고마워, 일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