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왜 구럼비를 폭파한다는 거야?”
“그야 해군기지를 만들려고.”
“해군기지는 우리 바다와 마을을 지켜주기 위한 거잖아.”
“응, 그렇지.”
“구럼비는 우리 마을이잖아.” “…….”(59~60쪽)
안전하게 지켜주기 위해서 파괴해야 한다는 논리가 참으로 해괴합니다.
이런 모순이 설득력을 얻기도 전에 행동으로 옮겨진 곳이 제주 강정 마을입니다.
이곳에서 벌어지는 논란과 현재를 열세 살 아이의 눈으로 바라보고 그려낸 동화가 출간됐습니다.
동화의 주인공 한별이의 꿈은 해군입니다.
“나는 바다를 지키고 싶고, 우리 집과 우리 학교와 우리 동네와 내 친구들을 지키고 싶고, 무엇보다 엄마를 지키고 싶다.”(18쪽)
한별이에게 구럼비는 특별합니다.
결혼 전 아빠와 엄마가 데이트하던 곳이고, 아빠가 엄마에게 프러포즈를 한 곳이기도 합니다.
어린 한별이에게 자장가를 불러준 엄마는 이제 없지만, 이곳에서 한별이는 엄마와 이야기를 나눕니다.
구럼비는 물질하던 동네 아주머니가 쉬는 곳이기도 하고, 일에 지친 아저씨들이 낮잠을 자는 곳이기도 합니다.
그런 구럼비가 어느 날부터 철조망으로 칭칭 감겼습니다.
동네에는 ‘강정 지킴이’ 티셔츠를 입은 낯선 사람들과 경찰들이 몰려왔습니다.
친구들은 하나둘 떠나고 마을 어른들은 편을 갈라 싸우고 있습니다.
모든 게 해군기지에서 시작됐습니다.
동화를 기획한 김선우 작가는 머리말에서 “어느 날부터인가 신문에서 강정이 사라졌다. 강정앓이들의 안타까운 한숨과 애타는 기도만이 곳곳에서 여
전히 생생했다. 언론이 더 이상 강정을 말하지 않는다면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다.”면서 의도를 밝혔습니다.
“사람들이 완전히 끝났다고 느끼기 전에, 실제로 완전히 끝나기 전에 알려야 했다.”는 이은선 작가의 말에서 다급함과 절박함이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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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 2012.8.4 “지켜준다면서 왜 구럼비를 폭파해?” 열세 살 아이는 이해할 수 없습니다
--> 열세 살 아이의 눈에도 제주도 구럼비 폭파사건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사건입니다.
몇 달 전 제주도 해군기지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떠올랐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이제는 언론에서나 방송에서 구럼비 폭파와 관련된 내용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국민들에게 이렇게 잊혀져 가고 있는 이 사건은 결코 조용히 덮어져서는 안 될 문제임이 분명합니다.
아름다운 제주도 강정 마을이 정부의 무자비한 몰아붙이기식 해군기지 건설로 이어지지 않길 바라며, 마을 주민들이 더 이상 상처받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관련기사
한겨레신문 2012.8.10 13살 소년 눈으로 그린 ‘구럼비의 노래’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546658.html
프레시안 2012.8.10 김진숙의 눈물 "구럼비야! 너에게 나를 보낸다"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50120810114210
한국일보 2012.8.3 구럼비 폭파… 깨져버린 꼬마의 꿈
http://news.hankooki.com/lpage/culture/201208/h2012080320301884210.htm
오마이뉴스 2012.7.10 구럼비 '송강호 아바타'들, 피켓 들고 전국으로!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754708
프레시안 2012.8.9 제주도는 파도마저 아프다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50120809104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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