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내용은 한겨레신문 2012년 8월 14일자 '그는 단지 그의 일을 하고 있는 거야'중 일부를 발췌한 것입니다.
--> 우리는 왜 관계 속에서 짜증을 내는 것일까요?
이것이 곧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으나 혜민 스님께서는 오직 내 관점에서만 바라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서로의 입장이 되지 않는 이상 우리는 상대방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왜 그런 말을 했으며, 그런 행동을 했는지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저마다 상대방이 좀 더 내 마음을 알아줬으면 좋겠고 이해해줬으면 좋겠다는 욕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실 자신은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해보려고 노력하지도 않은 채 말이죠.
고사성어에 상대편과 입장을 바꾸어 생각하라는 '역지사지'라는 말이 있습니다.
물론 자신도 힘들고 위로받고 싶은 순간이 있겠지만 그래서 괜히 짜증도 내보고 화도 내겠지만,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상대방의 마음도 헤어려 보는 것은 어떨까요.
상대방 역시 지금 몹시 힘들고 지쳐서 누군가에게 위로받고 싶은 그 순간일지도 모르니까요.
약 2주 전 제주에서 올여름 마지막 ‘마음 치유 콘서트’를 잘 끝내고 서울로 올라가는 비행기를 타려고 제주 공항에 도착했다.
줄을 서서 내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데 내 바로 앞사람이 큰소리로 항공사 여성 직원에게 무언가를 따지기 시작했다.
아마도 본인 가족들의 비행기 예약에 무슨 문제가 있었나 보다.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지더니 지갑으로 카운터를 탁탁 치면서 “니네가 그러면 진작에 말을 했어야 되는 거 아니야” 하고 반말을 툭툭 했다.
잘 차려입은 옷과는 대조되게 이 30대 남성의 얼굴엔 시종일관 짜증이 가득했고,
그 이야기를 듣고 있는 항공사 직원은 그 남성의 무례함에도 불구하고 무언가를 열심히 설명했다.
순간순간을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겐 짜증나는 일들이 생기게 마련이다.
특히 올여름처럼 기온과 불쾌지수가 유난히 높았던 때에는 나도 모르게 짜증이 나거나,
아니면 주위에서 짜증을 부리는 사람들의 모습을 유독 많이 보게 된다.
우리는 왜 관계 속에서 짜증을 내는 것일까?
그 원인들이 주로 내가 원하는 대로 상대가 지금 해주지 않는다고 그러는 경우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 같다.
마치 어린애처럼 이유가 어찌되었든 지금 당장 내가 원하는 대로 해 달라며 짜증을 낸다.
문제는 내가 원하는 대로 해주고 싶어도 상대가 못해주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법적으로, 혹은 안전이나 회사 규정상, 아니면 피치 못할 사정으로 상대가 해주고 싶어도 못해주는 경우도 있게 마련인데,
우리는 우리의 바람만 눈에 보이고, 정해진 규칙 따위는 나와 같은 특별한 경우에는 좀 무시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나의 경우가 정말로 그렇게 특별할까?
어른이 아이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어떤 일이 발생하였을 때 본인의 입장에서만 일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고 상대방의 관점에서도 살필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는 것이다.
이것을 심리학자들은 ‘관점 바꾸기’(Perspective-taking)라고 한다.
이 능력이 오작동을 일으켜서 가끔 보면 내 관점에서만 세상을 보려고 하고, 그러다 보니 상대에게 짜증을 낸다.
내게 고민을 상담하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 관점 바꾸기만 제대로 되어도 그 고민이 풀렸을 텐데 하는 일이 많다.
시어머니는 며느리의 관점에서 한 번도 생각해 보려고 하지 않고, 아내는 남편의 관점에서,
부모는 아이의 관점에서 생각해 보지 않았기 때문에 질문을 한다.
내 관점에서만 그들을 바라보며 판단하기 때문에 이해가 되지 않고 소통이 어려운 것이다.
살면서 관계 속에서 나도 모르게 짜증이 올라올 때 우리 기억하자.
지금 상대는 단지 그에게 주어진 상황 안에서 맡은 일을 하고 있는 것일 뿐이란 사실을.
그리고 나의 경우가 내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다지 특별하지 않다는 진실을.
혜민 미국 햄프셔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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