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여름은 그 어느때보다 뜨거웠습니다.
선수들의 굵은 땀방울과 감격과 환희, 억울함과 아쉬움의 눈물을 흘리기도 하면서 수많은 각본없는 드라마를 보여주었던 지난 런던 올림픽.
하지만 그 후폭풍의 여파는 아직도 남아있는듯 합니다.
영광과 환희의 여파가 아닌 그 어느때보다 찜찜하고 뒤가 켕기는 올림픽입니다.
대한민국 대표 선수를, 올림픽을 '정치적 도구'로 사용하여 국민들의 눈을 돌려놓으려 했던 이들이 있었는가 하면,
윗분들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나라와 대표 선수에게 잘못을 뒤집어 씌우고 뒤로 숨으려는 이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경기장 안에서보다 밖에서 더 논란이 많았던 올림픽이 되어버린 이유입니다.
올림픽을 시작하기로 제안한 프랑스의 쿠베르텡 백작의 '올림픽 정신'은 스포츠라는 수단으로
국가간 이해와 교류를 통해 세계 평화를 도모하는데 그 의미가 있었습니다.
올림픽을 두고 '세계인의 축제'라고 하듯 축제를 통해 서로의 정치, 경제, 문화를 배우고 공감대를 가지게 하는것이 그 본질입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을 외치는 국민들은 착각을 합니다.
위에 계시는 분들이 착각을 하도록 만듭니다.
메달집계순위 5위가 세계에서 다섯번째가는 강국이 된 것처럼, 금메달을 딴 한국인이 세계 그 어느 국가보다 우월한것처럼...
메달을 딴 선수는 '영웅'이 되고 그렇지 못한 선수는 그 어디에도 그들의 이야기를 찾아 볼 수 없습니다.
런던 올림픽 기간 중에 종목별 일정이 끝난 상황에서 '메달리스트'들만 귀국을 연기하라는 지시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시나요?
대한체육회가 메달리스트 환영행사와 카퍼레이드에 모두 참석하길 바라는 뜻에서,
국민들에게 자랑스러운 우리의 영웅이 된 메달리스트들을 보여주기 위해 윗분들이 힘쓰셨다고 합니다.
선수들을 단지 '런던에서 좀 더 즐기다가 오겠네.'라고 쉽게 생각 할 수도 있으나,
남자수영 은메달리스트인 박태환 선수가
"이미 7일자 귀국 비행기편을 예약해 놓았다. 무조건 떠나고 싶다. 여기에서는 도저히 못 견디겠다.
도망쳐서라도 무조건 한국으로 가겠다."는 강한 귀국 의사를 밝힌 사실은
정부가 런던 올림픽 메달리스트 귀국을 강제로 연기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게 했습니다.
메달리스트 환영행사와 카퍼레이드.
누구를 위한 것인가요.
"애국"이라는 코드를 주입하여 국민들이 올림픽에 열광하는 잔치 뒤에 이를 역전의 발판으로 삼고 있는 자들이 보입니다.
지난 베이징 올림픽 이후에도 이번과 같이 메달리스트 환영행사와 카퍼레이드가 있었습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즈음하여 이명박 정권은 집권 초 10%대로 지지율이 곤두박질 쳤습니다.
당시에 유명했던 '고소영', '강부자'라는 단어들과 대북관계 악화,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에 안일한 대처,
그리고 결정적으로 '쇠고기 파동'으로 온 거리가 촛불로 가득했던 그때입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올림픽이 지나자 29.2%까지 회복했습니다.
'제 2의 출범'이라며 각종 정책을 다시 펴기 시작한 때입니다.
당시 베이징 올림픽의 주인공은 메달리스트들이 아닌 '올림픽을 잘 이용한 윗분'이었습니다.
메달리스트 '강제 귀국 연기'가 고작 이것 때문? (아이엠 피터)
게다가 이번에는 올림픽이 끝나자 마자 새누리당의 대선 후보 경선 투표가 있었습니다.
올림픽에 참가한 선수들과 한몸이 되어 경선레이스를 치뤘는지
올림픽 폐막에 맞춰 박근혜 후보의 대선후보 수락으로 피날레를 장식합니다.
그동안 우리는 언론을 통해 새누리당 대선 경선에 대해 어떤 소식을 전해들을수 있었나요.
윗분들이 지어 놓은 장단에 맞춰 열심히 연주하는 언론이 있습니다.
이제 그만 올림픽 소식에 대해서는 알만큼 알게 된 것 같은데도 또 올림픽입니다.
런던 올림픽에 간 245명의 선수들 중에 언론은 48명만 '자랑스런 한국인', '국위선양의 영웅'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올림픽을 주최하는 영국방송보다 더 열심히 보도하고 준비하고 있는 한국의 방송과 언론입니다.
정작 중요한 사회 이슈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은 런던에서도 하지 않는 '올림픽에 올인' 전략을 세웁니다.
연예인들을 앞세워 올림픽에 나간 선수들을 응원하게 하는 것을 진정한 애국자의 행동으로 여기게 합니다.
이리하여 우리가 올림픽에 눈을 돌리고 있던 사이 '올림픽 대통령'과 '올림픽 대선후보'가 탄생했습니다.
세계인의 화합의 장이 되어야 할 올림픽이 세계 1등을 가리는 약육강식의 경연장이 되고
우리 함께 즐겨야 할 올림픽이 누군가만의 이익을 위해 이용되고
245명을 비롯해 평생을 땀과 눈물로 단련시켜야 했던 대한민국의 선수들이
은메달, 동메달을 목에 걸고 죄인마냥 고개 숙여야 한다면
차라리 이 올림픽은 하지 않는것이 더 좋을지도 모릅니다.
경쟁을 넘어선 더 큰 가치를 보고
한곳에 현혹되지 않고 냉철한 감시가 절실히 필요한 지금입니다.
ⓒUtokpia_Daniel
UtokpiaDaniel@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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