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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 Literacy (Amoeba)

[사회] 현대판 조삼모사 - 국가장학금의 불편한 진실

조삼모사 [朝三暮四]

朝 : 아침 조

三 : 석 삼

暮 : 저물 모

四 : 넉 사

만화가 고병규씨가 지난 1월 자신의 개인홈페이지에 게재한 사자성어 '조삼모사'를 패러디한 두컷짜리 그림



춘추전국시대에 송나라의 저공(狙公)이란 사람이 원숭이를 많이 기르고 있었는데

먹이가 부족하게 되자 저공은 원숭이들에게 말하기를


"앞으로 너희들에게 주는 도토리를 아침에 3개, 저녁에 4개로 제한하겠다"고 말하자 원숭이들은 화를 내며 아침에 3개를 먹고는 배가 고파 못 견딘다고 하였다.

그러자 저공은 "그렇다면 아침에 4개를 주고 저녁에 3개를 주겠다"고 하자

그들은 좋아하였다는 일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사자성어입니다.


눈앞에 보이는 차이만 알고 결과가 같은 것을 모르는 어리석음
을 비유하거나

남을 농락하여 자기의 사기나 협잡술 속에 빠뜨리는 행위를 비유하는 고사성어로 유명합니다.


지난 2일 금요일, “국가장학금”의 인기검색어가 급상승합니다.

지난달 신청기간 이후

이번에는 신입생과 휴학생들을 대상으로 추가 신청 접수를 받는 기간이었기에 일어난 현상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국가장학금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나요?


필자는 재학생임에도 불구하고 개강을 한 지금까지도

유형 1이 심사 중, 유형2 선정탈락이라는 결과를 받았고,

신청 할 때부터 ‘소득분위’가 뭔지, 받게 되는 혜택은 무엇인지는 모른 채

“무조건 신청하라, 신청하지 않으면 모든 학교 장학금에서 배제된다.”

학교 측의 통보를 받고 부랴부랴 신청하게 되었습니다.


이 점은 다른 학생들도 크게 다르지 않은 듯 했습니다.

그 기준도 모호해 부채나 부동산 소유현황 같은 변수(?)들은 고려되지 않은 채 선정돼 신청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습니다.

출처 - 한국장학재단




실제로 국가장학금은

소득 3분위 이하의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유형 1

소득 7분위 이하의 대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유형 2로 나뉘는데,

(자신의 소득분위를 제대로 알 방법 조차 없는것도 문제입니다.)

지난 1학기 신청자 약 105만 명 중에

장학금 지급 대상자는 58만 명으로 55.2%에 달한다고 합니다.


여기서
첫 번째 조삼모사가 시작됩니다. 수치상으로 105만 명 중 55.2%는

꽤 많은 학생들이 수혜를 받았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이들 중 대다수는 국가장학금 이전에 이미 저소득층 학생들을 지원하는 장학금을 받던 학생들임을 감안하면

이전과 달라진 것이 크게 없는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조삼모사
는 국가장학금을 ‘더 많은 학생들에게 줌’으로써 발생하는 비용을 성적장학금 대상자들에게서 30% 떼 온데 있습니다.

재학생의 해당학과 해당학년의 정원 중 상위 10%의 학생들에게 그 등급에 따라 성적장학금의 명목으로 차별적 등록금 면제 제도를 실시해 왔는데

올해 국가장학금이 생기면서 소득 7분위 이하에 해당하지 않는 학생들에게는 기존의 감면액 중 70%에 해당하는 금액을 지원했습니다.


여기서 떼어내 온 30%의 금액을

“국가장학금”이라는 이름으로 다른 학생들에게 나눠주었습니다.

쉽게 말하면, 성적장학금을 받는 학생 돈을 떼어내 다른 학생에게 장학금을 줌으로써

장학금 지급액은 그대로 유지되고 장학금을 받는 학생들의 수는 늘어나게 됩니다.


아 어딧지.. 우수드림, 희망드림 장학금...출처 - 한국장학재단





세 번째 조삼모사
는 학교에서도 장학금 중복수혜를 가능하게 했는데,

이번 국가장학금을 시행하면서

기존에 있었던 우수드림장학금이나 희망드림장학금이 어디론가 사라졌습니다.

우수, 희망드림 장학금은 기존에 일정수준의 성적을 달성한 저소득층의 대학생들에게 지급되던 장학금인데 이런 것들이 사라지고

그 돈으로 그보다 더 적은 금액이지만 더 많은 지원자들에게 나눠 주게 된 셈입니다.


저는 “꼼수”라는 단어가 너무 좋습니다.

위 세가지 조삼모사를 단 한단어로, 단 두글자로 표현 할 수 있는

더 좋은 문자를 보질 못했기 때문입니다.


또 국가장학금에 대해 조사하던 중 알게 된 사실이 있는데

정부측에서 학교로 전달하여 학생들에게 나눠주는 유형 2 장학금의 금액 규모는

일개 학생으로서는 알 방법이 없었습니다.


학교 예산팀에 물어보니 장학팀에 물어보라, 장학팀에서는 모른다는 답변만 얻을 수 있었고,
한국장학재단에서는 학생들에게는 알려줄 수 없게 되어 있다는 말만 되풀이 하였습니다.
결국 학교의 양심 맡겨 그 금액 규모를 학생들에게 공지하지 않는 이상
우리 학교가 나라로부터 얼마나 받아서 학생들에게 얼마나 나눠주었는지 알 수 없습니다.


알맹이는 그대로 둔 채 껍데기만 바꿔 화난 원숭이들을 달래려는 듯,

크게 선심 쓰듯 행동하는 저들의 모습을

저는 눈꼴시려 볼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대학생여러분, 우리는 송나라시대 저공(狙公)의 원숭이로 머무시겠습니까?

아랫돌 빼서 윗돌을 괴는 그들의 꼼수에 현혹되지 말고

문제의 본질을 직시하고 우리가 진짜로 원하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다시 한 번 바라볼 때가 아닌가 합니다.

달래기 위한 얼마 되지 않는 푼돈에 우리의 꿈을 파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