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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 Literacy (Amoeba)

냉면 육수? 조미료 국물!



  계속되는 기록적인 무더위가 이어지는 여름. 여름이면 많은 이들이 달아나는 입맛을 붙들기 위해 계절 별미인 냉면을 찾습니다. 훈장과도 같은 ‘원조’라는 간판을 걸고 몇 대를 이어온 노하우를 가진 전통을 자랑하는 냉면집에서 쫄깃한 면발과 시원하고 새콤달콤한 육수, 감칠맛 나게 얹은 고명들을 비벼 한그릇 뚝딱 비우고 나면 더위가 싹 가시는 기분입니다.

  하지만 지난 10일 금요일 저녁 TV앞에 앉은 시청자들을 분노케하고 ‘원조’와 비법할머니의 얼굴이 그려진 냉면집의 간판에 한순간에 먹칠을 하게 된 충격적인 사실들이 낱낱이 공개 되었습니다. 이영돈 PD의 먹거리 X파일을 통해 알게 된 충격적인 사실.



‘레시피’만 있으면 당신도 일등 요리사


  여름철 냉면을 찾는 소비자들에게는 다소 충격적이고, 라면 하나 끓이기도 힘든 이들에게 다소 희소식일수 있는 ‘냉면 육수 조리법’이 공개된 것입니다. 유명 프랜차이즈 업체와 40년 전통의 냉면집에도 어김없이 사용되는 명품 조리법이었습니다.

  언뜻 생각하기에 냉면 육수 제조라 하면 양파, 대파, 무, 배와 같은 온갖 채소를 망에 넣어 사골과 고기를 푹 고아낸 물과 함께 우려 내 시원하게 얼려두는 것을 떠올리게 마련입니다. 하지만 이날 본 조리법은 쇠고기 다시다, 식초, 설탕, 카라멜, 구연산을 섞어 만든 원액에 물을 타 살얼음을 띄우는 냉면이었습니다.  1만원 상당의 쇠고기 다시다 한봉지, 설탕 1Kg, 식초 한바가지를 넣고, 카라멜로 적당한 색깔을 맞춰주면 55인분의 냉면 육수 원액이 완성됩니다. 물론 원산지는 쇠고기 다시다에 들어가는 쇠고기의 원산지인 호주산이 표기되어 있습니다. 또 ‘손님이 어떻게 만드냐고 물어보면 어떻게 하나’라는 물음에 ‘쇠고기 잡뼈’를 쓴다고 대답하면 된다고 팁을 알려줍니다.




육수 맛을 구분 못할까?


  프랜차이즈 냉면집을 연 사람은 냉면 전문점으로 애초에 문을 열었을때 쇠고기 양지, 닭고기, 뼈 육수로 장사를 시작했는데 안 팔리더라는 말을 하며 한국사람들이 조미료 맛에 길들여져 있어서 적게는 몇백만원에서 많게는 몇천만원까지하는 육수제조법을 샀다고 했습니다. 

양념장을 잘 풀어 먹으면 맛있습니다. 

양념장을 풀면 일단 더 안전해지는 거에요.

쉽게 말하면 쇠고기 맛 조미료 맛이 덜 나는 거죠.

그냥 드셔도 잘 몰라요. 이게 쇠고기 맛 조미료로 하는지 잘 몰라요. 희석되어 버리니까.

  실제로 이 프로그램에서 조리학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냉면 육수를 구별해 내거나 의구심을 품는 실험자는 한명도 없을 만큼 구분이 힘들었습니다.




  알고 보니 설탕물, 이미 먹어버려 어쩌지


  펄펄 끓는 물에 담겨있는 플라스틱 망과 소쿠리, 바가지를 넣어 면을 삶고 조리 과정에서 보이는 ‘음식은 손맛’정신을 충실히 지키는 맨손조리, 씻지 않은 육수 냉장고를 보니 ‘안전하긴 할까?’라는 생각이 들게 했습니다.


  서울 경기 냉면 전문점 육수 20곳을 수거해 검사 한 결과 19곳에서 대장균군이식수의 약 3900배 일반 세균이 검출된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조사한 교수님도 헛우슴과 함께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하시고 “대부분의 시료에서 대장균군이 검출되었고, 일반적으로 식수에 대한 검사를 나타낼때 분변이 오염됐다는 것을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냉면 육수에서 이게 발견됐다는 얘기는 하여간 분변에 의한 오염, 특히 식중독을 잘 일으킬 수 있는 대장균을 포함한 그런 균층에 의해서 오염됐다는 걸 의미하기 때문에 상당히 문제가 될 수 있고, 집단적인 식중독 발생을 일으킬 수 있는 그런 위험성이 있는 육수라고 볼 수 있습니다.”라고 전했습니다.



  쉽고 편하게 돈을 벌려는 비양심 업자들로 인해 우리 소비자들은 건강을 위협받고 있습니다. 과연 자기 가족이 먹는 것을 만든다고 생각한다면 과연 이런 육수를 만들어 팔 수 있었을까요. 자신들도 곧 소비자가 될 수 있음을 망각한 채 눈앞의 이익을 쫓기 위해 스스로를 속여야 했음에 죄책감을 느끼지 않았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