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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이야기/오늘의 이슈

[사회] 등골브레이커, 누가 만들었을까?!


‘등골 브레이커’라는 말을 아시나요? 10대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한 특정 브랜드(노스페이스)의 다운점퍼를 지칭하는 말이에요. 20~80만원 상당의 이 점퍼가 자신의 힘으로 살 여력이 되지 않는 10대들 중심으로 인기를 끌자, 이를 사주어야만 하는 서민 부모들은 ‘등골이 휜다.’는 의미에서 생긴 단어에요.
중고생들의 절반가량이 고가의 등산복 브랜드 점퍼를 교복처럼 입고 등교하기도 하고, 점퍼의 가격으로 계급을 매기기도 합니다.

노페 계급도 (사진출처 : 스포츠 경향)


“얼마 전 매장에 한 10대 남학생과 그의 어머니가 찾아왔다. 남학생은 47만 원짜리 노스페이스 점퍼를 집었고, 어머니는 ‘집에 있는 점퍼 입으면 안 돼? 너무 비싸지 않니’라고 물었다. 그러자 그 남학생은 ‘조용히 말해. 거지인 줄 알잖아. 다른 애들 다 입는데 나만 못 사주냐’라고 답했다. 결국 이 어머니는 꾸깃꾸깃 접힌 만 원짜리 14장을 내고 나머지는 체크카드로 계산했다.”

최근 한 인터넷 사이트에 노스페이스(이하 노페) 매장에서 일한다는 직원이 올린 경험담입니다. 가슴이 답답해지는 글이었습니다.
부모의 등골을 휘게 만드는 점퍼이지만, 이 점퍼를 입지 않으면 왕따가 되어버리는 현실을 외면할 수 없는 아이들.
자식들은 유행에 낙오되지 않거나 따돌림 당하지 않기 위해, 부모들은 자신의 자식이 뒤처지지 않고 따돌림 당하는 것을 볼 수 없어 이렇게 절박한 소비 해야 합니다.

최근 노페 열풍으로 10대 청소년들 사이에 노페 점퍼를 골라 갈취하는 범죄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2~5명씩 떼를 지어 다니며 고가의 점퍼를 갈취한 후 인터넷 중고물품 매매 카페에서 돈을 받고 팔기도 합니다. 힘들게 수 십 명에게서 돈을 뜯느니 노페 한 벌을 빼앗아 파는 게 훨씬 효율적이라는 10대들.

이 노페에 이토록 열광할까요? 학생들에게 노페는 일종의 계급 상승감을 위한 도구로 받아들여진다는 기사를 읽었습니다.
성적 위주 사회에서 불안감과 좌절감을 느껴 또래집단 다수가 소비하는 고가의 제품을 ‘동조 소비’함으로써 ‘나도 주류에 포함될 수 있다고 스스로를 위로하기 위해 10대들은 노페를 입는답니다.

유행만을 쫓는 철없는 아이들의 허영심이라고만 단정 짓기에는 사회와 어른들의 잘못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어른들에 의해 어려서부터 성적순으로 사람을 판단하던 아이들은 이제 점퍼의 가격으로 사람을 판단해버립니다.
또한 주류집단에 속하기 위하여 고가의 점퍼를 구입해야합니다.
부모의 등골을 휘게 만든 ‘등골브레이커’ 누가 만들었는지 생각해봐야 할 것입니다.

노페 안입으면 왕따?! (사진출처 : 한겨레)


by IRENE(아이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