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 계시는 저희 아버지께서는 항상 이맘때쯤이면 저에게
“대학생들은 도대체 얼마나 수업을 많이 듣기에 일 년에 천만 원 가까이 돈을 내야 하나.”라고 물어보십니다.
고등학생보다 방학은 길고 수업은 훨씬 적게 하는데 돈은 몇 배로 내야한다는 것에 이해 할 수 없으신 표정으로요.
그럴 때마다 저는
훨씬 깊이 있는 내용을 배울 뿐더러 그 돈에는 많은 혜택들도 포함되어 있다고 얘기하지만
그리 자신이 있는 대답이 되지는 않았습니다.
그나마 올해는 우리학교 등록금이 3%가 내렸습니다.
다행입니다. 아버지께 가는 부담이 3% 줄어들었습니다.
인문 사회계열이라 그나마 등록금이 비교적 교내에서 낮은 편에 속하는 저는 약 9만 원 정도를 키핑 할 수 있었습니다.
9만원이면 올해 밭에 뿌릴 비료 값에 보탤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막상 학교에 다니면서 보니 뭔가 허전해지고 불편해진 느낌입니다.
4학년이 되고야 나서 보니 보이는것일까요
1. 16주 → 15주 수업으로 변경
가장 먼저 수업 시수가 줄어들었네요.
들어가는 수업마다 교수님들께서
“이번학기에는 수업이 15주로 줄어 일정이 빡빡하다.”는 말씀들을 하십니다.
애석하게도 이번학기에는 4.11 총선이나 6월6일 현충일이 수요일인니다.
수요일 수업이라도 있으면 한 학기에 13주 수업으로 진행 되어야 합니다.
다른 요일도 별반 다를 게 없는 것이
축제다 뭐다 해서 한주씩 빠지게 되면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이전에 있으나 마나 했다던 교육역량강화 주간을 없애고
아예 수업 일수를 줄이겠다는 “효율적인” 학교 관계자분들의 결정 외에도
숨은 변수들 덕분에 우리가 교수님들과 마주 하여 수업할 수 있는 시간은 실질적으로 더 줄어들었습니다.
당신의 비싼 등록금.
수업 한 시간에 얼마의 가치를 가지고 있는지 아시나요?
저의 경우에는 이번 학기 수업 한 시간당 11,950원의 비용을 지불하는 셈입니다.
우리가 알바 하며 받는 최저임금 4580원과 비교하면
수업시간에 결코 졸 수 없겠죠.
2. 성적 장학금, 기존의 70% 지급
저희 아버지 얘기를 또 하게 되는데요.
아버지께서는 저에게 항상 “알바 할 생각 말고 공부해서 장학금 타 와라. 그게 훨씬 남는 거다.”라고 말씀하십니다.
단순한 계산만 해 보아도 틀린 말이 아닙니다.
성적으로 상위 10%안에만 들면
웬만한 알바로 버는 돈은 푼돈에 불과합니다.
지난학기 저도 남들보다 조금 열심히 해서 장학금을 받게 되었지만
이내 곧 뭔가 찜찜한 느낌에 실망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분명 다른 학우들에 비해 아주 조금 더 노력해서 ‘쟁취’해 낸 장학금이지만
“국가장학금”이라는 이름 아래
내 장학금 30%를 떼 내고
함께 노력했기야 했겠지만 그 성과가 아주 조금 모자랐던 다른 친구들에게 돌아갔습니다.
밤새 시험문제 정리하고, 과제하느라 여기저기 쫓아다니고 가을볕에 그을리고 받아낸 성과의 30%를
학교에서 가져가 인심 쓰듯 다른 학우들에게 나누어 준 이번 일은
저로 하여금 “내가 아직 대인배가 되지 못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해 주었습니다.
다음엔 차라리 학교에서 가져가지 말고
제가 직접 나눠주어 기분 좋게 “기부”라도 한 번 해봤으면 합니다.
3. 학생통학버스 배차 및 시간 변경
저는 자취를 해서 이 문제에는 둔감했었습니다만 다른 친구들을 보니 불만이 많이 나오는 부분이었습니다.
왜 불만이 많아지는 것인지.. 이번 학기에 유별나게 스쿨버스를 이용하는 학우들이 많아 진 것입니까?
특히 학생들이 직접 비용을 지불하고 이용하는 시외노선 보다
우리학교 학생들에게 무료로 열린 대구노선에 대한 불만들이 지배적이었는데요.
학교에서는
- 지하철 주변 노선 통폐합
- 중복성 노선 가급적 통폐합
- 지하철 1, 2호선 종점 구간 배차 확대: 안심역, 신매역
- 등하교, 야간 하교버스 일부 시간 조정
이라는 공지와 함께 이번 학기부터 스쿨버스 배차 및 시간을 변경했습니다.
덕분에 우리 학우들은
출퇴근시간에 직장인, 등하교 시간의 중고등학생들과 함께 부대끼며 정겨운 대중교통을 이용 하게 되었습니다.
적게는 30분에서 많게는 2시간 가까이를 소요하며 말이죠.
부대끼며 살라는 누군가의 말씀을 직접 실행하게 해주신 학교 관계자 여러분들의 깊은 배려인가봅니다.
중복노선을 가급적 통폐합 해서
한 지점에서 50명이 넘게 기다리는 학우들을 외면하고 떠나버리는 스쿨버스 때문에
수업에 늦는 학생들은
본인의 게으름을 탓해야 하나요.
아니면 그것도 모른채 출석체크하고 열심히 수업하시는 교수님을 탓해야 하나요.
사고 위험때문에 정원 이상을 태울수 없는 기사 아저씨를 탓해야 하나요.
고등학생 수준의 경제지식을 가지고 있는 저 따위도
수요가 많아지면 공급도 많아져야 한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는데
공부 많이 하신 관계자 여러분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계신가요.
지하철 역마다 붙어있는 학생이 행복한 대학이라는 간판들이 괜히 눈에 어른거리네요.
4. 학교 신문 격주 발행
우리 학교에는 나름대로 언론사들이 있습니다. 신문사도 있고 방송국도 있고 잡지사도 있죠. 영자 신문사도 있구요.
그런데 지난 방학동안 이상한 결정이 내려졌습니다.
주간지였던 신문이 격주간지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스마트 시대에 발맞추어 종이 신문은 보지 않는 학생들 때문에
웹진의 형식으로 인터넷으로 신문이 나온다고 하더군요.
이 유톡피아도 블로그를 만들고 틀을 짜고 컨텐츠의 주제를 정해 여기까지 오는데 석달이 걸렸습니다.
과연 대구대신문사에서 인터넷 신문으로 거듭나는데 얼마나 잘 준비 되었고
종이신문과 어떤 질적 차이를 보일지는 지켜보면 알게 되겠죠.
우리 대구대신문사 학우 여러분들의 역량을 믿습니다.
그리고 이런 결정을 하게 결정적이고 적극적으로 도와주신
너무 스마트해서 한번에 200만 원가량의 인세를 아껴
우리의 등록금을 3%나 깎는데 도움을 주신
학교 관계자 여러분들의 선택도 믿습니다.
책에서만 보던 5공화국 시절 언론통폐합이 생각나네요.
우리는 이제 어디에 우리 소리를 내야 하나요.
저희 유톡피아의 어깨가 더욱 무거워 집니다.
5. 학생 편의 시설 사용 제약
이 부분은 등록금 인하 이전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되었던 문제이지만
획기적인 개선이 있지 않았던 부분입니다.
바로 학교 시설 이용에 관한 문제 입니다.
매월 말, 초만 되면 본관 관재팀 사무실 앞은 남 학우들로 북적댑니다.
한 달에 몇 시간 되지 않는 대운동장을 예약하기 위해 우선권을 부여받으려는 줄이 늘어져 있습니다.
전날 밤 노숙을 불사하면서도 줄을 서 있는 것이 가관이라 할 수 있는데
관재팀 측에서도 여러 방법을 강구 해 보았을 테지만
그 형평성과 공정성에서 여전히 나아지지 않아
학생들의 불만을 사고 있습니다.
시설의 이용 시간은 밤 9시로 정해 져 있고
축구부, 학과 수업, 단과대학 행사로 우선순위들이 배정되고
나면 남은 시간은 몇 되지 않기 때문에 경쟁이 심화됩니다.
더욱이 대운동장은 최소한 22명의 사람이 머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9시가 되면, 신데렐라의 12시 마법이 풀려버리듯 매정하게 불이 꺼져 버립니다.
반면에 교수님들의 취미이신 듯한 테니스장은 11시까지 불야성을 이룹니다.
훤한 대낮처럼 곁에만 가도 조그만 야구공으로 캐치볼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밝습니다.
저기 어두운 비호동산에 라이트를 설치 해 주겠다던 공약을 몇 년째 들고 나오고 있는 학생회 후보들도
막상 당선됐지만 비호동산 풋살장은
저 멀리서 비춰지는 종합복지관 골프 연습장의 불빛이 어스름히 다다를 뿐 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분명 학생이 행복한 대학이었는데
본관 앞에 밤새 경쟁하듯 줄을 서 있는 학생들보다, 해가 지면 영락없이 돌아가야 하는 학생들 보다
평일 늦은 저녁까지도 테니스장에서, 골프 연습장에서 구슬땀을 흘리시는 교수님들이 더 행복해 보입니다.
우리는 등록금 3%인하라는 조금 달콤한 혜택을 받았습니다.
그 3%의 가치는 위에서 보여드렸던 것만큼, 어쩌면 그보다 더 많은 가치를 지니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수업 시간이 줄어들고, 노력에 대한 보상도 줄어들고, 통학버스도 줄어들고, 신문발행도 줄어들고, 우리의 불편은 그대로 입니다.
등록금도 줄었고 모든 것이 줄었습니다. 과연 그 3%의 대가로 그것들을 포기 할 수 있을까요.
나머지 97% 등록금으로 여러분은 나머지의 충분한 혜택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칭얼대는 아이에게 사탕 하나 쥐어주고 세게 쥐어박는 것과 다를 게 없어 보입니다.
다른 사람이 아닌 우리, 내가 당하고 있습니다.
그대들의 관심이 필요 합니다.
동아리 가두모집에서 주는 솜사탕이나 샌드위치를 받기 위해 줄을 서야 할 것이 아니라
잃어버린 우리들의 것을 찾기 위해 줄을 서야 합니다.
그대들, 줄을 서시오.
ⓒUtokpia_Daniel
UtokpiaDaniel@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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