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오늘의 이야기/오늘의 이슈

[사회] 어느 기관사의 쓸쓸한 죽음


지난 12일 왕십리역으로 들어오는 마천행 열차에 스스로 몸을 던져 목숨을 끊은 한 기관사의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처음에는 ‘기관사 선로에 뛰어들어 자살’이라는 팩트만 전해졌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생각했죠. ‘또? 지하철에 또 뛰어들어?’

그리고 얼마 뒤 기관사의 죽음 뒤에는 우리가 꼭 알아야 할 중요한 팩트가 숨어져 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그의 자살원인은 공황장애.
공황장애란 극도의 공포를 느끼는 정신질환입니다. 심장박동수가 증가하거나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차며 땀이 나는 등의 증상이 나타납니다.
하루 종일 앞이 보이지 않는 캄캄한 선로를 질주해야하는 기관사들과 공황장애라는 질환의 연관성은 얼핏 생각해봐도 상당히 커보입니다.

제가 주로 이용하는 교통수단도 바로 지하철입니다. 대학교에 다니던 때에는 등교와 하굣길에 늘 한 시간씩 지하철을 타야했습니다.
매일 두 시간 그리고 4년... 지상으로 다니는 버스와는 달리 지하철은 어두컴컴한 지하를 달립니다.
한 시간 동안 지하철 안에 있노라면 그 답답함과 짓눌림이 상당했습니다. 원인 모를 불안감도 늘 마음속에 있었죠.

기관사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기관사의 고통에 어느 정도 공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가톨릭대학교 성모병원 산업의학과가 2007년 도시철도공사에 근무하는 기관사 836명을 대상으로 특별건강검진을 실시했는데요.
그 결과 기관사의 공황장애 유병률은 일반인 보다 7배나 높았으며, 주요 우울증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도 각각 2배, 4배에 달했다고 합니다.
수 천 여명의 안전을 책임져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감은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클 것입니다.


기관사들이 정신질환에 시달리는 주요 원인으로 꼽는 것은 1인승무제입니다.
기관사 1인이 지하철 운전과 출입문 관리, 안내방송, 객실 민원 등을 모두 처리해야 합니다.
응급상황이 발생했을 경우에는 중앙사령실에 연락을 하고 승객들에게 안내방송은 물론 다음 역에 있는 사람에게 연락한 뒤
본인이 직접 응급조치를 취하는 이 모든 것을 한명이 다 처리해야 합니다.

이번 기관사의 죽음은 처음이 아닙니다. 9년 전인 2003년 8월에도 도시철도의 두 기관사가 며칠 사이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우리나라의 열악한 노동환경이 하루 이틀인 것은 아니지만 이런 사건을 접할 때면 씁쓸함이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1인승무제 폐지와 노동환경 개선이 시급합니다.

ⓒUtokpia_Michelle

<자료출처- 지하철 기관사 자살…9년전에도 있었던 일, 이유는? 경향신문 2010. 03.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