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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이야기/오늘의 이슈

[사회] 피고인님은 ‘수술 중’

최시중 전 위원장, 법원도 검찰도 모르게 이미 수술중

지난 23일 오전 10시,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425호 법정.

파이시티 인허가 청탁 과정에서 8억원을 수수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의 알선수재)로 

지난 18일 구속 기소된 최시중(74) 전 방송통신위원장의 구속집행정지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심문기일이 열렸습니다.

 

※ 구속 집행 정지

  법원은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결정으로 구속된 피고인을 친족·보호단체 기타 적당한 자에게 부탁하거나 피고인의주거를 제한하여 구속의 집행을 정지할 수 있다. 구속된 피의자에 대하여는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이 구속의 집행을 정지할 수 있다. 사법경찰관은 이 경우 검사의 지휘를 받는다. 그런데 법원이 피고인의 구속집행정지결정을 함에는 검사의 의견을 물어야 하는데 급속을 요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않다. 구속의 집행정지결정에 검사는 즉시항고를 할 수 있다. 이의 취소는 법원의 직권 또는 검사의 청구에 의해 법원의 결정으로 할 수 있고, 구속되 피의자의 경우에는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이 결정으로 취소할 수 있다(제101조, 제209조).

그렇지 않아도 구속당시에 최 전 위원장은

심장혈관 질환 수술을 예약해 뒀다는 사실이 알려져 ‘꾀병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았었고, 

실제로 지난 21일 최 전 위원장은 법원에 구속집행정지를 신청했습니다.

그래서 사건이 배당된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재판장 정선재)는

 수술 예약 날짜인 23일 심문기일에서 의사인 전문심리위원과

최 전 위원장을 불러 수술의 긴급성과 필요성을 따져려 하던 차였습니다.

 

그런데 이날 최 전 위원장이 앉아 있어야 할 피고인석은 비어 있었다고 합니다.

 법원은 재판이 열리기 10여분 전에 최 전 위원장이 서울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에 입원해있다는 사실을 기자들에게 알렸습니다. 

방청석을 메운 10명 남짓의 기자들은 물론이고 법대에 올라선 재판부도 허탈한 표정이었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 재판장: 피고인을 소환했는데, 병원에서 이미 수술 받고 있다는 사실을 소환 과정에서 알았어요. 

            구속집행정지 결정이 나기 전에 병원에 먼저 가 있는 것은 이례적인데요. 어떻게 된 거죠?

 

-검사: 구속상태는 유지되고 있고, 병원에 구치소 직원이 나가 있습니다. 

        수용자처우법(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37조에 보면

        구치소장 재량으로 수용자가 외부병원 진료를 할 수 있다고 돼 있습니다.

 

-재판장: 변호인 쪽은 알고 계셨어요?

 

-변호사: 저도 집행정지 신청 이후에 알았습니다.

 

-재판장: 구치소가 법원 관할기관이 아니다 보니, 알려주기 전에는 법원도 모릅니다. 조금 당황스럽네요.

            피고인이 받아야 할 수술의 긴급성·필요성에 대해 전문심리위원의 의견을 들어

            집행정지를 결정하려고 했는데, 상황이 이렇게 바뀌었어요.

 

-검사: 구치소에서 보고·협의 없이 외부 진료를 갔다는 것을 법무부를 통해 월요일 오후에 알았습니다. 

         규정상으로 검사의 지휘를 받는 것이 아니어서….  재판장님이 당황스럽다시니 송구스럽습니다.

 

-재판장: 규정이 그렇다는 것은 알고 있는데…. 수술 끝나면 회복기간이나 입원기간에 대한 의견을 들어

            집행정지 여부를 결정해야하니 피고인 없어도 심문기일을 진행하겠습니다.

 

미리 예약된 수술 때문에 구속집행정지 신청을 했던 최 전 위원장은 정작 법원이 이 결정을 내리기 위한 심리를 하던 그 순간에

 이미 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있었다는것을 알 수 있습니다.

서울구치소와 삼성서울병원 관계자의 말을 정리 해 보면, 

최 전 위원장은 구속집행정지를 신청한 지난 21일 서울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에 입원해 23일 오전 7시부터 수술을 받았으며, 

최 전 위원장이 받은 수술은 ‘복부 대동맥류’ 수술로 혈관 기형 질환의 치료 목적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서울구치소 관계자는 “구치소 자체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진료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외부병원 이송진료를 승인했다”고 전했습니다.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구치소장은 수용자의 적절한 치료가 필요할 경우 외부 의료시설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하여 

최 전 위원장이 병원에서 수술을 받는 것도 구속집행정지 결정 여부와 관계없이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 근거를 들어

 법원의 결정 없이도 최 전 위원장이 수술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구치소가 외부병원 이송진료 사실을 법무부에 사후 보고만 할 뿐, 

검사의 지휘를 받도록 하거나 검찰에 통보하는 규정이 없어서 검찰과 법원이 이 사실을 뒤늦게 알 수밖에 없었던 것이었습니다.

 

판사의 당황과 검사의 송구 이후 벌어진 비공개 심문에서 전문심리위원은

 “회복기까지 합쳐 통상적으로 20일의 입원치료가 필요하나,

나이와 합병증 유무, 수술경과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의견을 재판부에 전달했고, 

재판부는 심문 결과와 수술 경과 등을 종합해 수일 내로 집행정지 여부와 집행 정지할 경우 그 기간을 결정할 방침이라고 전했습니다.

 

사진출처 - 중앙일보

죄를 판단하는 판사와 검사와 변호사 모두 어안이 벙벙하게 만든 이번 일은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뛰어난 구속계의 플레이메이커의 탄생을 알렸습니다.

아픈 타이밍도 완벽하고 법정의 주도권을 확실히 뺏어오는 신의 한수는 사람들의 입을 벌어지게 하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Utokpia_Daniel

(UtokpiaDaniel@gmail.com)